[198] 김정미 -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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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이 작업했던 6, 70년대의 앨범들이 한 5년전 쯤 씨디로 복각되어 재발매된 바 있다. 그 전까지 중고시장에서 30만원 이상을 호가하던 LP판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지만 이제 씨디로 재발매 됨으로써 많은 이들이 손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씨디를 플레이어에 걸자마자 엄청난 당혹감과 함께 한 풀 꺾일 수 밖에 없는데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음질이 너무 후지기 때문이다. 거의 '듣기 힘들다'고 얘기하기 직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마스터 테잎을 분실했기 때문에 엘피 중에서 그나마 음질 좋은 것으로부터 음을 그냥 뽑아낸 것이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경우냐. 게다가 우리나라의 음악 매니아라는 것들이 지가 비싼 돈 주고 구입한 음반은 당최 공개하려 하지 않는 꼬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씨디의 쏘스였던 엘피보다 더 나은 음질을 지닌 엘피가 분명 존재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씨디의 쏘스는 어느 일본인 애호가가 제공한 것이라 하니 정말 쪽팔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각설하고 이 앨범에는 김정미와 신중현의 묘한 화학작용이 잘 담겨 있는데 첫 시작을 여는 '햇님' -원판에서는 햇님은 두번째 곡이라 한다- 은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햇님'이라는 유아적인 제목이 풍기는 어떤 단순함, 소박함의 세계가 신중현 아저씨의 똘끼 넘치는 작곡에 묘한 울림을 자아내는 플룻 반주와 함께 어우러져 뭔가 어린 듯하면서도 퇴폐적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 노래의 가사는 '하얀 물결 우에 빨갛게 비추는 햇님의 나라로 우리 가고 있네, 무지개 타고 햇님을 만나러 나와 함께 날아가자' 등등에서 보이듯 유아적인 차원에서의 이상향을 다루고 있는데, 이런 가사는 신중현이 그 당시의 세상을 이상향으로 인식해서라기 보다는 약 먹고 살짝 취해서 눈 앞에 떠오른 정경을 묘사한 것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밑의 앨범은 90년대 말미에 발표됐던 신중현 트리뷰트 앨범이다. 여기에 '복숭아 밴드'의 리메이크로 '햇님'이 다시 실리게 되는데 전반적으로 원곡에 충실한 리메이크인데 당연히 시대가 바뀌었으니 모던한 느낌-가만 생각해보니 곡 자체가 아주 모던하다- 이 더 잘 드러나있고 결정적으로 보컬인 '류금덕'의 목소리가 아주 좋다.

어떤 음악 좋아하던 분과 함께 차를 타고 오면서 이 곡을 들려줄 기회가 있었다. 그 때 '사람들은 왜 제가 녹음해 준 음악들을 안 들을까요?'하고 물었더니 그 분이 하는 말씀이 '색깔이 있네, 색깔이 있잖아' 그러는게 아닌가. 평범하지 않다는 말일 것이다.

색깔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그 색이 거북한지 아닌지 한번들 들어보기 바란다. 참고로 'NOW' 앨범은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고, 밑의 신중현 트리뷰트 앨범은 투 씨디인데 만이천원이면 족하다. 입에 넣어주는 앨범이라고 보면 무방하다. 입에 넣어줄 때 씹어 삼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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