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박영미 -꿈에서

|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 여가수의 계보에서 그다지 큰 위치를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비범한 가창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음악 생활을 하고 있는 가수이다. 작곡 능력이 없는 가수, 특히 여가수의 경우에 가창력은 최소한의 조건이고 이후부터는 얼마나 좋은 곡을 받느냐의 문제인데 이 앨범은 너무 여러가지 색깔을 내려는 의도로 통일성이 흐려진 점을 제외하면 곡 하나하나는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것들이라고 생각된다.

이 앨범에서는 첫번째 곡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이 인기를 얻었지만 진정 앨범의 베스트 트랙을 꼽으라면 바로 이 곡, '꿈에서'가 아닐까 싶다.

내가 꼽는 좋은 싱글은 대부분 멜로디가 좋은 곡들인데 이 곡 역시 좋은 멜로디와 박영미의 적절한 곡 소화 능력 그리고 좋은 편곡에 힘입어 내게는 항상 곁에 두고 듣는 음악 중의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편곡자의 위상이 제대로 자리매김되지 못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 앨범의 편곡자는 김성호로 되어 있다. 김성호라면 '김성호의 회상'을 불러 적잖은 인기를 얻었던 바로 그일 것이다. '꿈에서'에서 들리는 여러 악기들의 절묘한 앙상블과 특히 가요 반주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색소폰의 전주, 간주, 후주 멜로디 라인은 내가 아는 한에서는 거의 최상급이다. 물론 90년대 초반 당시의 편곡 양식의 한계 -이건 어쩌면 녹음의 문제, 또는 악기 톤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가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것은 적어도 당시 편곡의 가장 높은 경지이다.

곡 마지막에서 작게 들리는 남자 코러스도 훌륭한데, 이게 김현식일까 권인하일까 하던 차에 크레딧을 보니 권인하였다. 권인하는 요즘에는 한물 간 가수, 예전 노래 울궈 먹는 가수로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사실 그는 김현식, 전인권 등과 함께 한국 남자 보컬의 한 정점이었다. 그의 최근 노래 중에서는 들국화 헌정 앨범에서 박효신과 함께 부른 '그것만이 내 세상'이 절창이라 할만 하다.



-후에 덧붙이는 글) 이 앨범이 발표되었을 때 김현식은 이미 세상을 등진 후였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