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quare -Praise (권가야의 '남자이야기'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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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상관 '안소'가 적장 '하향월'을 생포하고도 그냥 놓아준 일을 두고 소인배 몇몇이 '보험을 들어둬서 좋겠수'라는 투로 비아냥 거리자 이에 격분한 안소가 배를 스스로 갈라 자신의 결백과 의기를 보여주는 장면.

(이하 모든 그림 클릭하면 제 크기로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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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식의 문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찬미 비스무리한 것 자체에 기겁을 할 뿐더러 또 그 죽음에 가미가제류의, 단체를 위한 개인의 철저한 희생같은 딱지가 붙으면 말할 것도 없고, 더구나 거기에 '남자'라는 것이 들러 붙어서 뭔가 얄딱구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까지 이른다면 거의 게임 포기다.

그런데 말이다. 웃기는 게 이 만화를 보다 보면 저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부담이 확 밀려오면서도 동시에 주먹이 불끈 불끈 쥐어지곤 하는 것이다.

저 장면에 대해 설명을 좀 하자면, 주인공이 속한 철기맹파가 적 구륜교파와의 전투에서 진 후 만신창이 상태로 한참을 쫓기다가 좁은 협곡에서 레벨 99 정도 되는 적장 '하향월'을 만나게 되는 씬이다.

진퇴양난, 아니 아예 그냥 몰살의 상황.

그런데 하향월은 예전에 주인공의 상관인 인간 도살자 '안소' 덕택에 목숨을 한 번 구한 바가 있고, 그래서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이번엔 자기가 보내주고자 하는데 대신 그냥 보내줄 수는 없고 적절한 예를 갖추면 퇴로를 열어주겠다고 제안하게 된다.

그리고 보다시피 여기서 그가 원하는 예라는 것은 철기맹의 중대장 정도 되는 애들 목숨 둘을 달라는 것이다.

안소는 부하의 목숨을 팔아 목숨을 구걸하라는 말이냐며 격분하여 싸우려 들지만 이미 부하 둘은 자신들의 목에 칼을 지나보낸 뒤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바로 저거다.

'남자란 적극적으로 죽음을 모색해야 할 때가 있다'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죽음.

이 대사에 반응하는 건 내 이성 이전에 있는 어떤 본능 같은 것인가보다. 내가 질겁을 해야 마땅한 것임에도 난 저 대사를 볼 때마다 팔에 소름이 돋으며 일찍이 접해 보지 못한 문화적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저 짧은 한마디가 전해주는 강렬한 메세지는 내 본능의 한자락을 강하게 후려친다.

하지만 본능의 파도가 서서히 빠질 때면 이성의 갯벌이 다시 고개를 들기 마련. 난 이성의 힘으로 인해 가까스로, 훌륭한 예술적 형상화라는 것이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절감하며, 그리고 나 역시 1942년의 일본에서 때마침 비행학교에 다니는 18살 소년이었다면 가미가제 특공기에 올라탔을 것인가하고 섬뜩한 마음으로 자문해본다.

그들이 가미가제가 되는건 그리 많은 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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