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8집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태지 신보가 나왔다.

1. 5분 이내의 곡 4곡을 담은 앨범 -그것도 한 곡은 다른 곡의 리믹스-의 가격으로 1만 400원은 비싸다. -이 가격은 내가 구입한 향뮤직에서의 가격이다. 경우에 따라 더 싸게 파는 매장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런 곳도 만원 내외일 것이다. 인터넷 음반 싸이트 중 가장 싸다고 볼 수 있는 와우뮤직의 경우 9500원(!)에 파는데 이곳은 구입 금액에 관계없이 무조건 택배비 2500원이 붙는 곳이니 한 번 주문 분량이 3~4만원 이상이 아니라면 싼 거라고 볼 수 없다.

가격이야 붙이는 사람 마음이라지만 세상엔 시세라는 게 있는 법이다. 앨범만 내면 고정적으로 몇 만 장 이상은 보장되어 있으니 그것만 믿고 앨범 값을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앨범은 안 사는게 장땡이다. 그럼 난 왜 샀을까. 두가지다. 어디 얼마나 잘 해놨길래 이렇게 질렀나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왠만한 가요 앨범은 다 구입하려는 나의 습성 -_-;


2. 시세보다 높게 잡을 근거는 없었다. 녹음이 잘 됐다는 얘기들이 많은데 이런 정도의 퀄리티는 요새 기본이다. 음악적으로는 무슨 파우더인지 뭔지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는데 전혀 새롭다는 느낌이 안든다. 게다가 음악의 장르를 뮤지션이 자기 입으로 '내가 만들었다'고 얘기하는 건 처음 본다. 특정한 음악으로부터 어떠한 물줄기가 형성되고 그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후대 사람들이 거기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이 앨범에서 다른 뮤지션들이 차용할 것이 과연 무엇인가. 음향효과 정도?

이건 그냥 팝이다.


3. 그럼 앨범은 어떤가. 괜찮다. 멜로디 감각도 여전하고 곡을 구성하는 센스 같은 것들도 빼어나다. 이 앨범은 들을 만한 앨범이다.


4. 태지를 둘러싸고 있는 무수한 뒷이야기들의 연기를 걷어내고 앨범 자체만 놓고 보면 딱 이 한 줄로 정리가 될 거 같다.

"이 앨범은 들을만한 팝 앨범인데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 있다."


5. 태지의 음악에 너무 목매지 말자. 그의 매니아가 아니라면 이제 환상에서 깨어나도 좋은 시간이 된 것이다. 이 앨범을 사려다가 가격이 비싸서 안 산 사람이라면, 또는 '서태지 말고 다른 음악은 없을까' 하고 찾는 사람이라면 이번 주에 새로 발매된 델리 스파이스의 1, 2, 3집 합본 패키지를 사면 어떨까. 향뮤직에서는 13400원이고 와우뮤직에선 11800원이다. 이건 정말 입에 넣어주는 가격이다. 난 태지의 신보보다 델리의 이 앨범이 적어도 한 장은 더 팔렸으면 좋겠다.



-가사에 대한 이야기는 안 썼다. 태지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가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음악이 아니라고 예전부터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의 경우 언론에 실린 리뷰를 보니, 나의 경우 비판적인 시선으로 봤으면 봤지 좋게 볼 가사는 결코 아닌듯 하기도 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