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김트리오 - 그대여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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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런 곡 앞에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도 참 쓸데 없는 일일 것 같다. 곡이 시작하자마자 짜르르한 것이 온 몸을 뒤덮는 그런 곡 말이다. 

1980년에 발표된 김트리오의 2집 수록곡. 진작에 소개를 했어야 하는데 지난 2, 3년 사이에 많이 알려져 버려서 개인적으로는 약간 원통함이 있다. 

그들의 음악을 두고 '시대를 앞서갔다', '세련의 극치다', '씨티팝의 원조다' 하는데 사실 과장이 들어간 것이고, 그럼에도 그런 후한 평가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면 그건 이 곡 '그대여 안녕히'의 존재 때문이라고 해야 겠다. 좋은 곡들은 언제나 어떤 기운을 풍겨내고, 또 어떤 풍경을 그려내기 마련인데 이 곡이 바로 그런 좋은 곡의 특징들을 여실히 잘 보여주는 듯 하다. 

살랑살랑 나부끼는 여름 바람 속에서 그다지 슬퍼하지도 않지만 아예 여운이 없지도 않은 한 커플의 이별 장면이 눈 앞에 보이는 거 같다.

씨티팝이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팝인지라 자연스레 디스코나 훵키의 지분을 상당 부분 끌어다 쓰게 되는데 이 곡은 당대 영미에서 히트를 치던 소울, 훵키의 영향을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어서 자연스럽게도 한국형 씨티팝의 원조라 할만한 곡이 되고 말았다. 

한 시대의 주류를 여실히 반영한 곡이 다음 시대의 선구자가 된 셈인데 아무렇게나 만든다고 '선구자'의 위치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몸매 좋은 사람이 스타일 잘 살려서 옷을 입었을 때, 그것을 보는 사람이 느끼는 쾌감 같은 게 있다. 음악으로 치면 이 곡 '그대여 안녕히'가 그런 쾌감을 주는 곡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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