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빛과 소금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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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떠나 이에게 미련을 못 버리고 징징 울며 달라 붙는 것은 대개 여자의 몫이었다. 실제로 여자들이 그런지, 또는 그럼 남자들은 과연 다르게 반응하는지 내가 알 수 없으나 이 노래 앞에서만큼은 저 진술은 구라, 그것도 쌩구라일 뿐이다.

가사를 좀 보자.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없는 밤은 너무 쓸쓸해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잖아요. 제발 아무말도 하지 말아.

나약한 내가 뭘 할수 있을까. 생각을 해봐.
그대가 내겐 전부였었는데 음~ 오, 제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없는 밤은 너무 싫어.

우~우~우~ 돌이킬수 없는 그대 마음
우~우~우~ 이제와서 다시 어쩌려나
슬픔마음도 이젠 소용없네'

보다시피 이소라가 리메이크하여 이 노래의 가사를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만큼 이 노래 가사에는 gender에 관한 정보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이 '빛과 소금'이 부르는 오리지널로 한정해 얘기하자면 우리는 이 노래를 남자가 부르는 연가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얼마나 처절한가. 아예 그냥 '나약한 나'라고 그냥 대놓고 드러내 버린다. 哀而不悲 이런건 다 필요없는 거다. 남자의 체면이고 가오고 뭐고 다 집어 던져 버린채 떠나간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이렇게 울먹이는 남자의 노래는 궁상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 궁상맞음에서 나는 진실을 본다. 그리고 그게 이 노래의 뛰어난 부분일 것이테고 말이다.

떠나간 사람이 그리워 아무 것도 못하고 그저 그 사람이 돌아오기만을 바라는데 거기에 남녀의 구분이 있을 이유가 없다. '남자는 태어나 세번 운다'고 할 때 이미 남자의 본성은 가면 뒤로 가려지고 조각칼로 깎여 나가고 하는 것이다.

한국형 퓨전 재즈의 출발점에서 가장 찬연하게 빛을 발했던 이들 '빛과 소금'의 1집에 실린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168번째 목록에 올린다.


-'빛과 소금'의 핵심인 장기호와 박성식은 김현식의 백밴드 '봄여름가을겨울'에서 베이스와 키보드를 담당했던 인물들이고, 밴드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다른 두 명, 즉 기타 김종진, 드럼 전태관은 후에 '봄여름가을겨울'을 그리고 마지막 하나,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키보드를 맡았던 유재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재하다. (지금 약간 '움찔'했다면 당신은 한국 대중음악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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