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김현식 -비처럼 음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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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바로 이 날, 김현식이 세상을 등졌다. 간암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술을 계속 퍼마시고 노래를 불렀다던 그였으니 '죽었다'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그가 세상을 버렸다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난 '락스피릿'이라는 표현에 대해 일말의 거부감을 느낀다. 락 음악에는 저항정신이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은 음악은 진정한 락음악이 아니다라는 이런 관점은 저항정신과 함께 평가되어야 할,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자유로움'의 정신을 본의 아니게 부정해버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혼이 담긴 목소리', '온몸으로 노래하는 가객' 같은, 실체가 모호하며 더구나 그것이 꾸며진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것인지 판단하기 힘든 것에 대한 저런 식의 두리뭉실한 표현들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느낀다. -혼이 담겼다는 그 노래를 녹음하고 나서 그는 화장실로 달려갈 수도 있는 것이다. (난 이렇게 쓸 때마다 내가 참 못됐다라는 생각이 든다.)

'혼이 담긴', 이런 식의 표현은 한 가수의 일생을 두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있는가, 있다면 그것을 어디까지 밀고 나갔느냐 하는 따위의 문제를 논하지 않고 곡 하나, 앨범 하나만 놓고 저런 표현을 쓰는 것은 듣는 이에 대한 기만일 뿐이다.

김현식은 죽었고 그의 음악은 남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에게 '혼이 담긴 음악이 대체 뭐에요'라고 묻는다면 난 그저 김현식을 들어보라고 얘기해 주겠다. 김현식을 거쳐, '혼이 담긴'이라는 표현은 이제 더이상 모호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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