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작은하늘 -은빛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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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락/메탈 음악이 주류로 떠오를 기회가 있었다. 80년대 중반 들국화가 꽃을 피우고, 곧바로 부활, 시나위, 백두산, 블랙신드롬 같은 그룹들이 자양분을 공급한 한국 메탈 씬은 하지만 기성 세대의 고깝지 않은 시선과 90년대의 대세였던 발라드, 댄스와의 싸움에서의 패배 그리고 연이은 서태지라는 거물의 출현 등의 벽을 끝내 넘지 못하고 결국 수면 아래 깊숙히 가라앉고 만다.

이때 등장했던 많은 그룹들 중에 이근형이라는 걸출한 기타리스트가 이끌던 '작은하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는 신대철, 김도균 등과 함께 당대 최고의 락/메탈 기타리스트로 기억되며 이후에도 많은 기타 세션을 맡아 이름을 날린 바 있다.

1987년에 그가 작곡하고 김종서가 작사한 '은빛호수'는 들으면 들을수록 참 '우리나라스러운' 메탈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여기서 '한국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거기서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국악적인 요소의 도입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이 곡엔 그런거 없다.

특히 보컬이 신들린 듯 내지르는 후반부 후렴구에서는 우리나라 특유의 신파스러움, 다시 말해 감정의 과잉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곡이 '전형적이다'라고 할만한 것은 아니어서 그런 와중에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묘한 아우라를 풍겨내고 있는 것이다.

10년전 음악세계에서 처음 이 노래를 듣고 '야, 참 신기하다'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들어도 역시 좀 신기하다. 이 노래 이거 '한국적'이지만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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