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레이지본 -큰푸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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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200선은 '내가 좋아하는 곡'이라는 조건 외에도, 둘이 비슷한 무게라면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우선한다는 나름의 원칙하에서 진행되고 있다. 원래 이 앨범에서는 마지막 트랙인 '정열의 파이터'라는 곡을 선곡하려 했는데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진 곡이긴 하지만 이 '큰푸른물'의 무게가 너무나도 크다고 여겨져 미련없이 선택하기로 했다. 덜 알려졌다는 이유때문에 '큰푸른물'을 버리고 '정열의 파이터'를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던 것이다.

인디씬에도 여러가지 스타일의 음악이 공존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 레이지본은 이른바 스카 펑크라는 장르를 개척하여 독보적인 위치에 이르게 된다. 디스토션이 아주 살짝 먹은 기타에 브라스 파트가 가미되고 거기에 보컬과 랩이 얹혀 들어가면서 이전의 한국 가요계에서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앨범에도 이런 공식을 따르지 않는 곡들이 있지만 대표곡이라 할만한 '큰푸른물'을 통해 이러한 공식이 확립되면서 동시에 가장 높은 성취를 얻게 된다.

전에 얘기한 '포커페이스'의 '대놓고 신나기' 모드의 충실한 계승자로서 -이런 표현은 레이지본이 포커페이스를 전혀 몰랐다고 해도 상관없이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크라잉넛, 노브레인 또는 델리 스파이스 등 한국 인디씬의 1세대 총아들과는 또다른 세계를 펼치며 자기들만의 독자적인 아성을 구축하게 된다. -다만 내가 2집까지밖에 들어보지 않아 나로서는 이들의 아성이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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