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두번째달 - 어사출두

|

 

 

나는 약간의 만용에 이제까지의 내 음악 듣기 이력에 대한 자부심을 걸고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아직 8월초이고 올 해 지금까지 나온 주목할만한 음반을 다 들어본 것도 아니지만 이 앨범은 Album of the Year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나만의 베스트가 아니라 한국대중음악 전체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거의 100점에 가있는 앨범이다. 거의 라고 하는 건 다른게 아니라 '100점' 이라고 하면 그냥 좀 뒷통수가 간질간질해서이다. '그러면 니가 거의 100점을 준 앨범은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넥스트 2집 '껍질의 파괴'나 동물원 2집 같은 것이다는 말로 대답해야겠다. 두번째달의 이 앨범은 내게 그 정도의 무게로 다가온다.

 

두번째달의 1집, '서쪽하늘에' 앨범에서 '여행의 시작'을 이 목록에 올리며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 바 있다.

 

"(전략) 두세번 더 꼼꼼히 들어봐야 하겠지만 이들의 음악에서 내가 '한국적'인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나나 이들이나 곱씹어 볼만한 일일 것 같다. 한국인들이 만든 음반은 그것이 그 어떤 주제와 목표 의식을 가지고 만들었든지 간에 '한국적'인 그 무엇을 자연스레 (또는 어쩔 수 없이) 담고 있기 마련이다. 오해는 말자. 난 지금 5음계나 중중모리, 자진모리 같은 어떤 국악적인 요소를 말하는 게 아니다. 멜로디나 리듬 같은 데서 언뜻 언뜻 비치게 마련이 한국 음악 특유의 어떤 정서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엔 그게 없다.

 

월드뮤직을 하고자 하는 한국 뮤지션에게 이것은 득일까, 독일까."

 

아, 그런데 이렇게 판소리 춘향가를 들고 나오면, 그냥 나온 것도 아니고 이정도로 만들어 가지고 나오면 나는 진짜 어버버할 수밖에 없다.

 

그간 우리 대중음악과 국악의 퓨전은 김수철의 몇몇 작업이나 김도균의 작업 외에는 사실 하나도 들을만한 게 없었다. (참고로 김도균이 Steve Do-Kyun Kim인가 이름으로, 펼쳐진 부채 배경에 허리를 꺾고 있는 자켓의 앨범은 절대 사면 안된다. 말도 못할 수준의 음질이다. 주파수가 맞지 않은 AM 라디오를 테잎에 녹음한 다음 세번 정도 더 다리를 거친 음질이라고 보면 된다.)

 

가요곡이나 외국 유명곡을 가야금이랑 해금으로 백날을 연주해봐야 거기에 음악적 긴장이 있을리 만무하다. 해석이 들어가지 않은 재해석에서 내가 느낄 감동이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두번째달은 춘향가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자기들의 음악적 본령을 타협으로 깎아내지도 않았고 판소리의 고유 가치를 훼손하지도 않았다. 이것은 분명 한국대중음악사에서 역사적인 과업으로 남을 것이다. 

 

곡 어느 하나를 꼽기에 난감한 앨범이지만 그래도 흐름상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어사출두'를 200선에 올려본다.

 

 

-1집에 대한 감상 -한국적인 그 어떤 것의 부재- 은 앨범을 다시 좀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좀 성급한 판단이었을 거 같기도 하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