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을 리스트에 올리기로 마음 먹은 것이 3년 전인데 이제야 쓴다. 씨디를 구하거나, 못해도 좋은 음질의 mp3라도 손에 넣고 싶었는데 둘 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해서 예전에 어디선가 얻은 조악한 음질의 파일을 아쉬우나마 올려본다.
송홍섭을 탑밴드에서 점수 박하게 주는 이상한 아저씨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터넷 기사 댓글을 보면 참 가관이다- '사랑과 평화'의 1집과 함께 데뷔하여 근 30여 년 넘게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굵은 매듭들에 이름을 박아 넣은 걸출한 베이시스트이자 편곡자, 프로듀서이다. 그가 프로듀싱을 했던 김현식의 4, 5집, 한영애의 2집 -누구없소, 코뿔소 앨범-부터 해서, 한대수의 2집 '무한대', 신윤철의 여러 앨범, 유앤미블루의 초기작들은 이미 걸작의 반열에 올랐고 베이시스트로서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조용필 '위대한 탄생', 그리고 '사랑과 평화'에서 연주(와 편곡)를 했고, 이외에도 8, 90년대의 수많은 대중음악 앨범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바 있는 전설적인 뮤지션이다.
본인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낸 앨범은 1991년의 이 앨범, 그리고 2006년과 2009년에 낸 2, 3집까지 세 장 뿐인데 모두 좋은 성과물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 담담한 서술에는 (물론) 약간의 아쉬움이 담겨 있다.
내가 처음에 듣고 반한 노래는 이 2분 40초짜리 짧은 노래, '너의 이름을 알았을 때부터'인데 아, 정말 세련과 아련의 절묘한 중용이다. 신윤철이라는 독특한 뮤지션의 작곡에 힘입은 바 클텐데, 신윤철은 정말 '특이하다'. '뽕필' -나쁜 뜻으로 쓴 말이 아님- 은 분명히 있는데, 이게 '한국적'이지 않다. 이건 말이 안되는 거다. 왜냐하면, 뽕필은 한국적인 거니까. 요소요소에서 드러나는 뽕필이 어떤 큰 틀에서는 완전히 사그러들면서 오히려 60년대 말, 70년 대 초반, 그러니까, 락음악이 과거의 투박함에서 벗어나 이제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어 나가던 백가쟁명 시대의 영국 본토 사운드 같은 느낌이 전해지곤 하는 것이다.
그게 단적으로 느껴지는 곡이 바로 이 곡이고 말이다. 좋은 곡이 지니는 어떤 묘한 느낌, 언어의 뒷편에 숨어서 아무리 불러도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바로 그 느낌이 3분 안되는 시간 속에 꼭꼭 눌려 담겨 있다. 서서히 마무리를 향해 가는 이 리스트에 올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씨디를 가지고 계신 분은 불쌍한 중생에게 시세보다 조금만 싸게 투척해 주시기 바라마지 않으며 오랜만의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