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
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 단어가 생각난다.
욕망보다 더 근원적이며, 욕구라는 말보다는 더 우아하고, 희망보다는 더 형이상학적인 그런 느낌.
뭔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결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정신의 특정한 상태.
굉장히 에로틱한 느낌마저 뿜어내지만 적절히 가리워져 곁에 있는 사람을 안달나게 하는 어떤 아련한 형상.
여진의 '그리움만 쌓이네'에서 나는 정념이라는 단어에 대해 내가 품어왔던 이미지의 실체를 보게 된다.
노래말과 목소리가 하나가 되었을 때, 그 자체만으로도 아득한 경지에 올라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노래를 들으며 나는 문고리 앞에서 주저하는 메디슨 카운티의 메릴 스트립 여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끝끝내 억눌러지고 마는 것, 그것이 바로 정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