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rissey - The More You Ignore me The Closer I Get (부제 -김우룡 사태에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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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와의 인터뷰가 공개되고 결국 자진 사퇴에까지 이르게 된 이 이삼일간의 흐름 속에서 내가 가장 열받는 부분은, 소위 말하는 '지도층' 이라는 것들의 도덕적/윤리적 흠결이 아니다. 또한 여태껏 '좌빨' 타령을 하고 있는 그 사회적 인식의 천박함도 아니다. 또한 방송을 자기 입맛대로 장악하려는 '큰집'이라는 배후의 존재도 아니며 다 늙은 60대 노인네들의 '조인트'를 까는 그 지긋지긋한 병영 문화도 아니다. 이런 것들은 일상적으로, 정말 말 그대로 숨쉬고 먹고 자고 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그런 것들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현상들을 앞에 두고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개인의 정신 건강에 매우 해로울 수 있지 않던가 말이다.

이런 체념화, 일상화의 과업을 우리 사회의 꼴통 어르신들이 지난 수십년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던 바 이제 우리 국민들은 '분노에서 짜증으로, 짜증에서 내면화로'의 프로세스에 길들여지게 되었다.

뭐 어쨌든 '분짜내'가 한 사회의 건강함을 지켜나가는 데 있어 심대한 장애물임은 논외로 하고, 다시 본 건으로 돌아가보면 내가 이 사건에서 가장 열받는 것은 왜 이런 정도의 발언이 도청이라든가 여타 비합법적인 과정 또는 '카더라 통신'의 모양을 빌리지 않고 이렇듯 떳떳하게, 시사 월간지 시장에서 아주 큰 지분을 갖는 매체에 버젓하게 실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핵심을 다시 말해본다. 

왜 우리 사회는 자기의 발언이 어떤 파장을 가지고 올 지도 모르는 사람을 거대방송사 대주주의 이사장 자리에 앉힐 수밖에 없는가하는 바로 이 현실이 열받는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이면 이런 식으로 공개될 수 없는 것이다. 자그마한 회사에서도 이런 문제를 이렇게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아, 지난 번 사장 걔는 말 너무 안들었어. 임원이라 짜르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지 발로 나가줬지 뭐야 ㅎㅎ 그 다음으로 뽑힌 놈은 말 안듣는 직원들 짜르라고 심었는데 아, 이새끼가 일을 제대로 못하잖아? 그래서 나도 회장실 불려가서 쪼인트 까이고, 그 새끼도 까이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지 ㅋ 그래도 이 참에 노조 새끼들 한 70% 솎아냈으니까 할만큼은 한 거야. 안 그래?'
 
이런 얘기를 공개 가능하며, 더 나아가 공개하는 것을 기본적인 지향점으로 삼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가?

결국 무슨 얘기냐. 똥오줌도 못 가리는 인간이 거대방송사의 대주주 이사장으로 있었다는 거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경향인지는 모르겠지만 MB 정부 들어서 가장 예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가장 한심한 인간들이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

"평균에 못 미칠수록 평균보다 더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것"

없는 사람들에게선 생존을 빼았고, 살만한 사람들에게선 자존감을 빼았으며, 선조들로부터는 역사를 빼았고, 후손들로부터는 자연을 빼앗는 것, 그리하여 결국 국가와 국민 모두를 약탈의 대상으로 삼는 것, 바로 여기에 이 정부의 핵심적인 실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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