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Saens -La Cygne(백조) -Gary Ka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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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여름이었나 보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출판사에서 근무한다는 어떤 사람이 보낸 편지가 있었다. '그쪽 글에 관심이 있다. 블로그에 있는 글을 엮어 책을 내고 싶다. 한번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기분이 많이 좋았었다. 내 블로그의 글을 묶어 책을 낸다면 그건, 언젠가 자비로라도 출판하고팠던 '한국 대중음악 200선'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데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니 블로그에 있는 글을 편집해서 엮자는 게 아니라 그런 분위기로 해서 자기계발서를 내보자는 의도이지 않은가. 

자기 삶도 계발 못하는 애가 무슨 남의 삶을 계발시키나? 

더구나 난 오래전부터 자기계발서라고 불리는 일군의 책들을 꺼려하던 차였다. 그 책들에 닮긴 뻔하디 뻔한 내용이 싫었고, 요약하면 몇 줄로 끝날 것들을 지리하게 끌고 나가는 문학적 빈약함이 싫었고, 계발의 목적이 결국 '사회적 성공' 이 하나로 귀결되는 그 맹목적인 천박함이 싫었다. 

게다가 여기에 덧붙여 나에게 접근한 그 출판사는 다름 아닌 공병호의 책을 전문으로 내는 곳이었다. 줄여 말하자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출판 장르 중에서도 가장 경멸하는 사람의 책을 내는 출판사였던 것이다.

그래도 내 책을 내고 싶다는 욕구는 강했다. 말미를 두고 다시 논의해 보자며 그쪽에서 추천해준 자기계발서 인기작들을 몇 권 구해서 읽어도 보고 했는데 역시 도저히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내가 자기계발서에 대해 품었던 생각들이 그저 편견만은 아니었음을 확인할 뿐이었다.

출판사 문제는 둘째치고 그런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못하겠다'는 생각을 그쪽에 전달하고 나서도 한참은 아쉬움이 남았었다. 책을 낸다는 것에 대한 선망 같은게 컸었나 보다. 사실 첫 메일을 받고서 혼자 상상의 나라에 빠져 허우적댔던 것도 있고 말이다. 

'후후... 애들한테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조선일보에 인터뷰 나가야 된다고 하면 어떡하지?'

'지금 발 잘 들여놔서 출판업계에 존재를 알려야 겠다 ㅋㅋ'

음... 이런 것들이 '자기계발서' 이 다섯글자에 산산히 깨져 버렸으니 좀 어이가 없긴 없다. ㅎㅎ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200선을 완성하는 게 일이겠다.




-흐르는 곡은 생상, 백조의 게리 카 더블베이스 연주다. 더블베이스는 콘트라베이스와 같은 악기인데 콘트라베이스는 틀린 발음이고 콘트라바스라 부르는 게 맞(댄)다. 영어권 어휘와 독일어권 어휘의 차이라고 한다. 이 앨범에 쓰인 콘트라바스는 1611년에 만들어진 Amati라는데 Amati가 장인 이름인지 제조 회사인지 아니면 모델의 이름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건 그냥 모른 채로 놔둬도 상관 없지 않나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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