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Sofie von Otter & Elvis Costello -You still believe i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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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였나 퇴근 길에 93.1 FM을 틀었더니 -아니다, 튼 게 아니라 씨디를 갈아 끼우는 새에 자동으로 바뀐 라디오 모드였다- 묘한 매력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목소리 고운 여자의 음성 뒤로 낮은 남성 코러스가 깔리는 노래였는데, 난 '오늘은 정말 꼭 들어야지' 하고 별렀던 빌헬름 켐프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씨디를 노래가 모두 끝날 때까지 잠깐 손에 들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우연히 음악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데 또 그런만큼 자주 겪지는 않는다. 스무살 때는 여기서도 툭 저기서도 툭 감동 천지였는데 나이가 들어 감수성이 무뎌지고 또 음악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높아져 버린 귀의 역치때문에 음악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게 점점 더 드문 일이 되고 있다. 

엘비스 코스텔로는 이제 정말 '이쪽'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런 류의 사운드가 잘 어울린다. 'my aim is true'를 불러 제끼던 영국 열혈 청년의 모습에선 이젠 멀리 떠나왔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고 또 이 곡이나 노팅힐의 'she'에서처럼 담백하게 드러나는 여유로움도 좋다.

좋은 뮤지션은 쉽게 망가지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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