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ythm Cafe -She don't know (영화 '12 Angry Men'에 나타난 3인칭 단수 주어에 딸린 동사의 변형 양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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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명의 성난 남자'는 볼만한 영화다.

몇 십 년 이래 가장 더운 어느 여름날,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 흑인 소년에 대한 최종 배심원 판결을 내리기 위해 12 명의 남자들이 모였다. 사건에 대한 각종 정황들은 소년에게 불리하기 그지 없고 더구나 배심원들은 각자의 내밀한 개인사에 얽혀 사건을 공정하게 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중에는 인종차별주의자도 섞여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배심원실에는 지금 에어컨이 없다. 

다들 저 빤한 살인자 (살인 용의자가 아님) 흑인 꼬마에 대해 어서 'Guilty'를 합의하고 이 더운 곳에서 벗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합의가 거의 다 끝나가는 상황에서 그때까지 구석에서 잠자코 있던 한 사람이 'reasonable doubt' 어쩌구 하며 소년은 살인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딴죽을 걸기 시작한다. 

다른 11명은 다 된 밥에 코를 풀어 제끼는 이 남자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그럼 이제 그 남자는 그가 생각하는 '합리적 의심'의 정체를 밝힐 때다. 과연 그의 의심은 '합리적'인 의심이었을까... 허나 그렇다해도 나머지 11명을 설득해서 'Not Guilty'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할 뿐이다. 소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는 시종일관 좁은 세트 안에서 개성 강한 12명이 서로 치고 받고 논쟁하는 장면으로 이루어진다. 그 색깔 강한 캐릭터 중에는 유식한 척 하기 좋아하는 인물이 있는데 그가 다른 사람의 말에 반대하며 뭐라뭐라 하는 부분의 우리말 번역이 좀 이상했다. '저 사람은 그런 것도 몬하는 사람이오!'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었다. 'ㅅ'과 'ㄴ'의 자판 거리는 멀기 때문에 이건 '못하는'의 오타가 아니었다. 나로서는 번역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번역을 했으리라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해서 돌려 봤더니 그의 대사가 바로 'he don't~~~'였다. 다른 이의 학식 낮음을 비꼬려고 하다가 오히려 제대로 망신을 당하는 장면이었던 셈인데 번역자는 그 부분을 '몬하는'으로 처리한 것이었다. 

아마 번역자는 그 부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심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해법은 '사투리 처리'인 셈인데 이런 부분을 소홀히 지나치지 않은 그의 센스는 칭찬 받을만하다. 하지만 '몬하는'은 영화의 문맥에 충실한 번역은 아니다. 사투리는 특정 지역의 정상어이기도 하거니와 이를 쓰는 것은 학식과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그 부분은  '몯하는'이나 '몿하는' 정도로 처리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    

이상 'she don't know', 이 곡을 들으며 든 생각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 관한 이 내용으로 이미 다른데 글을 쓴 바 있는데 아침 출근 길에 노래를 들으며 글을 좀 바꿔서 새로 쓰기로 결심했다.



-부제는 개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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