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치마 -antifreeze (영화 'Taken', '007 Casino Royale'을 보고)

|





이 두 영화는 내가 근래 본 액션 영화 중에서 본(Bourne) 시리즈와 함께 최고인 거 같다.

테이큰은 좀 묘하다.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려고 처음 마음 먹었을 때는 '앞뒤 안보고 그냥 문 차고 들어가는 주인공'에 대한 매력을 다루려고 했었는데 글을 한참 쓰다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영화 보는 내내, 知的인 캐릭터로 이미지를 구축해 온 리암 니슨이 이렇게 쌩 액션에도 잘 어울리는구나 하면서 감탄하던 차라 글을 그렇게 쓰려고 했던 건데 곰곰 되짚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리암 니슨은 그냥 문을 빵차고 들어간 게 아니었다. 미리 치밀한 계획을 세웠지만 (가령 'Good luck'씬이라든가, 예전 동료의 아파트를 방문했던 씬 같은 것들) 영화에서 그걸 소홀히 처리한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저돌적인 짐승과 치밀한 계획가의 상반된 이미지가 영화를 보는 중에도 또 보고 나서도 서로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 리암 니슨의 독특한 캐릭터와 또 딸을 구하는 것에만 온통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영화 자체의 단순성에 기인한 바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리암 니슨은 딸을 위해서라면 몇 사람이 죽어도 상관 않겠다는 의지로 스페인인지 프랑스인지를 온통 헤집어 놓는데 주인공의 의지가 그러하다면 관객이 '개연성' 같은 것을 따질 이유는 딱히 없을 것이다. 나도 그냥 앞뒤 없이 신나하며 즐겼다. 후후...

007 카지노 로얄은 최근에 개봉한 그 후속작(퀀텀 오브 솔러스) 소식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본 건데, 내가 007 매니아는 아니지만서도 시리즈 중에서 거의 탑 클래스인 듯 하다. 주지하다시피 냉전 종식 이후 갈 길을 잃었던 이 시리즈는 예전의 특별한 스타일을 잃어버린 채 말 그대로 그냥 '액션 영화'의 테두리 안에서만 머물고 있었는데 -그나마 경쟁력도 없이! 액션도 더 멋지고 캐릭터도 훨씬 더 매력적인 다이하드, 리썰웨폰 같은 애들이랑 쨉이 되냔 말이다!!!- 카지노 로얄에서 드디어 새로운 빛을 찾은 듯 하다.

위기 상황에서도 우아함과 (동시에 마초적 매력)을 잃지 않던 본드, 마지막은 항상 여인과의 베드씬으로 끝을 맺던 본드는 이제 드디어 손에 흙을 묻히기 시작했고 심지어 본드걸은 목숨을 잃는다. 새로운 본드가 탄생했으며 이 말은 결국 새로운 '영화 007'이 탄생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만약 피어스 브로스넌이 계속 맡았다면? 

안된다. 브로스넌은 숀 코넬리의 직계 라인이었다. 새로운 시대를 열기엔 그는 너무 클래시컬했다. 다니엘 크레이그를 쓴 게 좋은 선택이었음은 분명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선택은 브로스넌을 계속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전대미문의 시리즈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LA 헐리우드 MGM 스튜디오에서 KBS 뉴스 연보흠이었...




-흐르는 곡은 '검정 치마'의 antifreeze. 엄청난 애들이 튀어 나왔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