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은 음반 매출이나 방송에서의 시간 배분 등에 있어서 팝송과 가요의 위상이 역전되기 시작한 시기로 흔히 인식된다. 이전까지 대세를 장악했던 팝송이 이제 가요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그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다름 아닌 '가요의 질적 향상'이다. 전에 없던 감수성을 온 몸에서 풍기며 새롭게 등장한 뮤지션들과 그전에 등장했으나 이 시기에 비로소 만개한 뮤지션들의 좋은 음반이 폭발적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굳이 외국곡을 찾아 듣지 않아도 이제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 말로 부르는 '좋은' 노래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행복한 시기를 지나고 이제 90년대가 되었다. 80년대에 '젊은' 음악인로서 가요계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던 그들은 이제 서서히 서른줄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 중 일부는 아마 이곳에서 좌충우돌하며 음악을 배우는 것에 한계를 느꼈었나 보다. 뭔가를 체계적으로 알고 싶은 욕구라도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어느날 미국의 한 대학으로 홀연 떠난다. 그곳이 바로 버클리 음대고 '그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바로 김광민, 정원영, 한충완, 한상원 같은 이들이다. 소위 버클리 1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한국 대중음악에 전에 없던 감성과 테크닉을 부여해 주었고 또한 후학을 길러내는 데에도 큰 공을 세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원영은 가장 퓨전적인 위치에 서서 세련된 음악들을 보여주었는데 이곡 '가버린 날들'은 그의 그런 성향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이 정도 수준의 곡이면 외국에 내놔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93년에 발표된 그의 솔로 1집에 실린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