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여행 스케치 -별이 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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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앨범이 내가 고등학교 다닐때 나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89년, 중1때였네. 요즘 처럼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 15년이 지났으니 이제 제법 클래식의 반열에 들 채비는 갖췄다고 봐야할 것 같다.

이 노래가 그 시점에 나왔을 거라 기억하는 데에는 고등학교 극기훈련때 다른 반 친구가 이 노래를 멋지게 불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얼굴이 멀끔하게 생긴 친구였는데 이미 기타를 잘 치기로 소문이 났던 애였다. 애들이 기타 치는거 구경하러 가면 얼굴이 빨개져서는 슬그머니 손에서 내려놓던 애였는데 어떻게 장기자랑에 나가서 기타치며 노래까지 할 생각을 다 했나 모르겠다.

여행 스케치는 대학 연합 노래패로 출발을 했던 거 같고 이후 멤버들이 바뀌면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데 요즘의 활동을 '내가 티비에서 보는 바로만' 파악한다면 좀 시큰둥하게 느껴진다. 이건 요즘의 '동물원'에서도 느끼는 것인데 노래들이 너무 대놓고 착하다. 아름다운 세상, 아련한 지난날에 대한 추억 뭐 이런 주제들이 너무나도 뻔한 멜로디에 실리다보니 카타르시스라 할만한 것들을 거의 전해주지 못한다. 특히 여행 스케치는 기본적으로 보컬들의 역량에서 점수를 먹고 들어가야 하는데 티비에서 본 바로는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예술이 강렬한 체험이라든가, 카타르시스에 목맬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저 편한 음악, 부드러운 영화도 필요한 법이니까. 허나 1집의 '별이 진다네'를 듣노라면 지금의 여행 스케치가 안타까워지는 것도 어쩔수 없는 사실이다...

전주의 통기타 연주는 지금의 귀로 들어도 압도적이라 할만하며 사실 곡 전체에 걸쳐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기타 연주이기도 하다. 연주가 어렵고 그런 얘기가 아니라 선율의 구상과 전개 같은 차원에서 하는 얘기이다.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난 후의 안타까움을 별이 지는 정경에 빗대어 그리고 있는데 이 역시 높은 수준에 올라 있는 것 같다.

다만 이 노래에서 풀벌레 소리가 꼭 노래 끝까지 다 들어가야 했나 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난 제대로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언제나 '밤에 불끄고 적절한 볼륨 크기로(여기서 '적절하다'라 함은 생각보다 '크게' 듣는다는 뜻이다)' 듣는 것을 드는데 이 노래를 그렇게 듣노라면 이 귀뚜라미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곡 끝날 때까지 계속 되다보니 자연 거기에 많은 신경이 쓰이게 되어 곡 전체에 집중할 여지를 깎아 먹게 된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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