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이장혁 -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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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를 '빛낸' 또 한 명의 뛰어난 뮤지션이 바로 이장혁이다. 그의 이름을 달고 나온 앨범은 달랑 이 1집 한장이고, 그가 참여한 '아무밴드'의 음반 역시 1998년에 나온 '이.판.을.사'가 전부이니 우리가 현재 그의 목소리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은 고작 두 장이다. -그나마 이제는 모두 구하기 쉽지 않다. 나도 아무밴드의 음반은 갖고 있질 않다.
 
두 장의 앨범을 낸 이 앞길이 창창한 뮤지션을 두고 왜 난 2000년대를 '빛낼'이라고 하지 않고 '빛낸'이라는 과거형으로 처리했을까. 아니, 그전에 앨범 두 장 낸 거 가지고 감히 한 시대를 빛냈느니 어쨌느니 할 수 있는 걸까?
 
두번째 질문을 혹시 던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저 이 앨범을 들어보면 될 일이다. 해답은 여기에 다 나와있다. 이 앨범의 향기는 참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내가 '빛낸' 이라고 쓴 것은 후속작에 대한 기약이 전무하다는 데 있다. 이런 저런 매체를 아무리 살펴봐도 이 사람이 지금 뭘하고 있는지 통 알 길이 없다. 음악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지, 아니면 작업은 안 하더라도 음악에 대한 마음의 끈만큼은 놓지 않고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는 것이다. 하긴, 아무밴드의 앨범이 98년에 나왔고, 그의 솔로 데뷔작이 2004년에 나왔으니 2008년이나 2009년, 또는 2010년이 넘은 어느해, 어느날 뜬금없이 이장혁 2집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긴 하다만.
 
하지만 그가 음악을 손에서 놓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불행한 일이다. 이 앨범에 실린 '누수', '스무살' 같은 곡들은 다른 사람은 결코 만들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목소리를 동시에 지닌 뮤지션은 정말 정말 흔치 않다. 더구나 난 이장혁의 재능이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는 데 한표를 던지고 싶다. 이 앨범으로만 판단컨대 그의 곡쓰기는 단순히 어떤 음악적 센스에만 기대고 있지 않다. 센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갈되고 진부해진다. 하지만 좋은 음악에는 우리가 흔히 '센스'라고 부르곤 하는 그것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분명 존재한다.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 같은 사람들이 보여주었던 찬란한 그 무엇말이다. 그리고 이장혁에게서는 그 무엇이 언뜻언뜻 보인다.
 
난 이 '언뜻언뜻'이 언젠가 2집에서는 '강물처럼 흐르고'로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가 2집을 낸다면.
 
자, 여기 한국 인디의 지난 15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빼어난 싱글이 있다. 듣고 안듣고는 우리의 몫이다.


사족 1. 난 부클릿의 'thanks to 날 구원하신 하나님'을 보면서 약간 불안해졌다.  가장 예리하던 사람들이 종교의 품속으로 들어간 후 형편없이 무디어지는 광경을 여러차례 봐왔기 때문이다. 그의 2집이 부디 긴장을 잃지 않았으면.

사족 2. 같은 앨범의 '스무살'도 이 목록에 어엿하게 오를만하다.

사족 3. 아구,,, 다 쓰고 나서야 이장혁의 새 노래가 최근 발매된 '빵 검필레이션 3집'에 실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엊그제에는 공연도 했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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