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이는 루시드 폴 조윤석의 또다른 프로젝트이다. 루시드 폴과 음악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보이지 않지만 가사 쓰기에서는 약간 과장하면 '얘가 같은 애야?' 싶을 정도다.
루시드 폴이 자기의 내부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면 미선이는 외부를 향한 시선이다. 물론 이 진술은 거칠다. 루시드 폴 역시 '너'에 대한 얘기도 담고 있고, 미선이 또한 '내' 얘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루시드 폴이 '나를 중심으로 한 너와의 얘기'라는 것은 이것이 기본적으로 '사랑'에 대한 얘기라는 것임을 알아챌 필요가 있다. 뭐 복잡하고 거창한 사랑 말고 그냥 사랑하는 두 연인의 얘기... 하지만 이 사랑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다 나도 지쳐 쓰러지면 널 잊을까'라고 얘기하다가 결국 노랫속의 사람은 '너는 너의 고향으로 가네, 나의 하류를 지나'라며 헤어짐의 되돌릴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루시드 폴은, '조심스럽지만 심각하게 얘기하면 어떨까. 다른 얘기하다 슬그머니 말한다면 (그댄 마음) 어떨런지 (허락할 수) 있나요'라며 풋풋한 사랑의 냄새를 풍기다가도 결국 '이제는 보이나요 이미 다 얘기했는데 그래도 모른다면 나도 잊을까요'로 끝이 나는 세계다.
루시드 폴이 이렇게 아픔을 내면화하며 속으로 잠겨 들어가는 세계를 보여주는 데 비해 미선이는 외부에 대한 자기의 시선을 숨기지 않는다. 또 루시드 폴에서처럼 자기 속을 들여다보는 가사라 하더라도 그 '독함'의 정도에서 비교가 되질 않는다. 미선이는 이렇게 노래한다. '개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네. 꽃이 지네 올해도'라고 말이다. 天地不仁, 하늘은 인간에게 결코 인자하지 않다는 뜻이다. 여름 태풍으로 나라가 뒤집혔다고 해서 그 겨울에 폭설이 오지 않는게 아니다. 하지만 이런 가혹함말고도 다른 종류의 가혹함이 있었던 것이다. 개같은 세상에 올해도 이 아름다운 진달래가 어김없이 피는 가혹함말이다.
신문지로 뒷처리를 한 후 치질에 걸린 미선이는 또 이렇게도 노래한다. '휴지보다 못한 너희들 종이 사지 않겠어. 아무리 급해도 닦지 않겠어 쓰지 않겠어. 너희들의 거짓말 듣지 않겠어 믿지 않겠어. 단돈 300원도 주지 않겠어 보지 않겠어'라고 말이다. 이걸 단순히 치질에 걸리게 한 신문(지)에 대한 혐오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언론에 대한 깊은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며 이런 가사 쓰기는 내가 아는한 유래가 없는 것이다. -당연히 이 정도의 사회적 성숙함을 지닌 뮤지션도 없을 뿐더러.
'1.5집 drifting again'이라는 타이틀의 이 앨범이 벌써 나온지 7년이 되었다. 이것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1집 -drifting'이 나온지는 10년이 되었고 말이다. 오래됐구나.
한국 인디음악은 여기서 얼마나 더 나아갔을까. 아니 한국 대중음악은...
'송시', 'Sam' 등 좋은 노래가 많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가사와 멜로디의 균형이 가장 잘 잡혔다고 여겨지는 '진달래 타이머'를 꼽기로 한다. 특히 후반부의 50여초 가량 되는 연주는 언제나 나의 마음을 조용히 흔드는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