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 전인권 -이등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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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를 쓰면서 애초에 앨범에 대해 글을 쓰는 건 너무 힘든 것인지라 곡 하나만을 대상으로 쓰겠다고 했는데 점점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는 걸 느낀다. 좀 주절대다 보면 앨범 얘기를 안할 수가 없고, 또 곡 하나 가지고 글을 전개해 나가기도 쉽지 않고.

뭐 아무튼 계속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생각만큼은 버리지 않고 있다. 좋은 노래 소개한답시고 좀 길게 쓰다가 괜히 흠이나 잡고 이러는 것도 싫고 말이다. ㅎㅎ

전인권의 '이등병의 편지'가 실린 '겨레의 노래' 앨범은 보는 바와 같이 1집이라고 명기되어 있고, 아마 당초 계획에는 연작으로 계속 만들 생각이었던 것 같으나 사실 1집을 끝으로 더 이상의 후속작은 없었다. 김민기가 음악감독을 맡고 한겨레신문사가 창간 두돌을 맞아 기획한 앨범인데 좋은 음악들이 쌔고 쌨다. '김소정'이라는 이름의 할머니가 거의 단음으로 읊조리듯 부르는 '내고향' 같은 노래는 이건 뭐 '좋다, 싫다' 이전의 차원이다.

난 이 앨범을 중1때 아니면 중2때 음악 선생님을 통해서 처음 들었다. 실제 이 앨범이 나온 시기가 그때이기도 했고... 선생님이 직접 빌려줬는지 아니면 다른 애한테 빌려주신걸 내가 또 빌렸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때 듣기에도 '이 작은 물방울 모이고 모여', '이 세상에', '이 세상 어딘가에' 같은 곡들은 멜로디가 워낙 좋아서 여러번 돌려 듣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 외의 노래들은 좀 시큰둥했던 것 같고, 특히 앞서 말한 '내고향' 같은 노래에서는 아마도 '미친 할망구, 어디서 이걸 노래라고' 그랬을 텐데 그러고 보면 역시 사람의 귀도, 정신도 변하긴 변하나보다.

이 앨범을 백방으로 찾다가 -테잎은 내가 쭉 가지고 있다가 최성규라는 애를 빌려줬는데 이 녀석이 최종적으로 분실했다. 이걸 구차하게 적는 것은,,, 아무 이유 없다- 한번 씨디로 재발매되었던 것 중에서 중고를 하나 발견해 잽싸게 구입한 게 1년전 일이다. 아, 그때의 짜릿함이란! 나는 재발매된 것도 모르고 있다가 중고도 씨가 마를 즈음에 겨우 찾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 글 쓰려고 인터넷 검색 좀 해보니 한겨레 10월 9일자에 이 앨범이 16년만에 복각된다는 기사가 있네. 항상 이런 식이었어. -가만 보자, 16년만의 복각이라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씨디는 뭐지? 서울음반에서 한겨레랑 협의없이 낸건가?

씨디상으로는 6번째 트랙으로 '이등병의 편지'가 실려 있다. 앨범이 나온게 90년이니까 전인권은 들국화 활동을 접고 솔로 활동을 펼치던 시기리라. 당대를 호령하던 보컬, 전인권의 순도 100%짜리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참 후에 '공동경비구역 JSA'에 김광석 버전이 실리면서 이 노래가 유명해졌는데 두 탁월한 목소리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김광석의 보컬은 '어머니, 아버지, 형님 잘 다녀오겠습니다. 건강하세요.'의 느낌이라면 전인권은 '아이 씨발, 난 정말 가면 안되는데. 죽어서나 나올 거 같어' 딱 이 느낌이다. 얘만큼은 빼줘야 할 것 같은 이 느낌.
 
인권이형은 역시 위대한 보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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