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필순이 마흔을 훌쩍 넘겼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그녀가 '샤샤샥 샤샤샥' 소리를 내는 악기를 한 손에 들고서 '어느새'를 부르던 모습이 아직도 내 기억에 선한데 이게 어떻게 된건가. 그렇다. 그녀가 데뷔를 늦게 한 것이기도 하고, 그녀에 대한 내 기억의 시작이 이미 오래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89년에 데뷔를 했으니 내가 중1때, 음악을 많이 듣던 때는 아니었지만 그쪽에 막 호기심이 일어나던 때였다. 티비에 웬 여가수 한명이 나와서는 '어느새, 내 나이도 희미해져 버리고~~'하며 노래를 하는데 오우~ 그 어린 귀에 듣기에도 뭔가 색다른 느낌이 뚝뚝 흐르는 것이었다. 장필순이라는 이름은 금방 기억했지만, 그런 풍의 노래를 가리켜 보사노바라 하고 이 가수는 티비에 잘 나오지 않는 이른바 언더그라운드 가수라는 건 시간이 좀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이후에는 내가 무관심했는지 아니면 그녀가 앨범을 알리는 작업을 소홀해했는지 난 97년, 이 5집 앨범이 나올때까지 그녀의 존재를 거의 잊고 살았다. '거의' 잊었다는 것은 그녀가 안치환의 'confession' 앨범에 실린 '우리가 어느 별에서'에서 기막힌 듀엣을 들려줬던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외에는 솔로 앨범으로 자기만의 존재를 알리기 보다는 여러 가수들의 앨범에서 코러스로 더 자주 이름을 내비췄던 것 같았고 난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칼을 벼리고 있었나 보다. '하나음악'이라는 우리나라 최정상급의 레이블이자 조동익, 함춘호, 박용진, 김영석 등으로 구성되는 거의 그룹 수준의 결속력 강한 전문 세션 집단의 도움을 받아 이렇게 멋진 앨범을 만들게 되었다.

앨범 전체를 듣다 보면 장필순의 음색이 모던락 스타일에도 이렇게 잘 어울리는구나 싶기도 하고,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좋은 세션 연주의 위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녀가 한 최근의 인터뷰를 보면 '음악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런 심정을 알고 이 노래를 듣노라면, 험난한 음악판에서 힘들게 15년을 버텨낸 한 여가수가 전하는 이 사랑의 노래가 마냥 편하게 들리지 않고 마치 떠나버린 팬들에게 보내는 짝사랑의 연서같아 마음 한켠이 가볍지 않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