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손지연 -아직도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 맘대로' 하다보니 해당 앨범의 정수가 아닌 곡을 꼽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말로 4집에서의 '너에게로 간다'가 그랬고, 전람회 1집에서의 '그대가 너무 많은...'도 그런 경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꼽은 곡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쳐지는 일은 결코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저 그 앨범에서 최고가 아닐 뿐이라는 얘기다.

손지연의 음악에 관해 써봐야겠다고 마음 먹은게 아주 오래 전이었다. 그런데도 차일피일 미루게 된 건, 그녀의 1집과 2집을 모두 정밀하게 들어보고 난 후, 그 두 앨범을 비교/대조하는 방식으로 꼼꼼하게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음악은 앨범 차원에서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충분하다고 나는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았다. 다른 작업을 전폐하고 음악에만 집중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냥 다 포기하고 내 귀에 가장 착 감겼던 곡을 소개하기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소개하는 곡은 '아직도'라는 제목의 1분 17초짜리 소품이다. 짧지만 아주 독특한 멜로디와 진행을 담고 있는 좋은 곡이라 생각이 된다.  

작금의 음악판을 둘러싸고 있는 이 수많은 악조건들에도 불구하고 나로 하여금 2000년대에서 외려 새로운 희망을 보게 하는 것은 바로 이 손지연같은 뮤지션들의 존재이다. 사실 돌아가는 판때기로만 보자면 이런 뮤지션은 나올 수가 없다. 구조상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얘기다. 공룡들이 다 나자빠지는 판국에 어떻게 물밑에서 이런 음반이 발표될 수 있단 말인가?

자의식과 상처가 이렇게 도드라지게 담겨 있는 노래, 주류의 작곡 어법에서는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노래, 이런 노래들은 '진지한 청자'에게서만 사랑 받을 뿐이다. 그리고 당연히 진지한 청자는 극소수이고 말이다.

이런 음악들이 대중들에게 많이 들려져야 한다. 대중들이 노력해야 한다. '요즘은 들을 게 없다'는 식의 투정과 무지의 드러냄은 이제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냐는 말이다.

2003년에 데뷔 앨범을, 2005년에 2집 앨범을 냈으니 이대로만 따지면 올해는 3집이 나올 차례다... 이 말은 물론 허언이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그녀의 새 앨범이 나온다면 진정 행복할 것이다.



-작년 가을에 쓴 글이다. 그녀의 세번째 앨범은 올 해 6월에 발매되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