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김민우 -휴식같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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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노래가 듣고 싶어서 지난 몇개월 동안 아주 혼이 났다. 명곡 '타버린 나무'가 수록된 그의 2집은 구하기가 좀 수월한 편인데 이 1집은 당최 물건이 안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LP를 구한게 몇 주 전 일인데 엊그제 드디어 씨디로 구했다.

지금 앨범을 쭉 들으면서 글을 쓰는데 아, 좋구나.

사람들은 보통 8, 90년대 음악이 좋다고들 얘기하는데 그 말은 사실 내가 보기에도 맞다. 문제는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지금도 여전히 좋은 음악들이 발표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고 말이다. 그렇게 따지자니 "한국 대중 음악의 역사에 있어 1990년대야말로 진정 행복한 시대였다, 자격을 갖춘 뮤지션들이 그에 합당한 인기를 함께 누릴 수 있었으므로"라고 얘기한 어떤 평론가들의 말이 맞긴 맞다.

나는 '8, 90년대의 음악이 지금의 음악보다 더 좋다'라고 얘기할 때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가 어릴때부터 들어온 음악이기 때문에 더 후한 점수를 주는 건 아닌가? 만약 80년대 중반 생이었다면 난 HOT와 쿨에 더 마음을 쓰지는 않았을까?'하고 말이다. 대답은 약간은 자신없게 '그렇지는 않다'가 될 것 같다. 누차 얘기하지만 그 당시는 씬의 전반적인 수준도 높았고, 곰곰 들어보면 음악에 대한 치열함 같은 것들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치열함이 누군가에게는 '고리타분함', '칙칙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클래식의 위엄을 부여받는 노래는 가장 큰 비율로 80년대 중후반, 90년대 초반의 노래들이 될 것이다.

김민우의 이 앨범에서는 '사랑일뿐야'와 '입영열차 안에서'가 큰 히트를 기록했는데 사실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을 받을만한 곡을 꼽자면 이 노래 '휴식같은 친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앨범의 주 작곡자는 하광훈과 윤상인데 윤상의 작곡 스타일보다는 하광훈이 더 김민우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리고 궁합의 측면을 떠나서도 이 앨범에서 윤상의 작곡은 너무 뽕필이 강해서 쉽사리 정을 줄 수가 없다. -다시 궁합 얘기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김민우가 불러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은 노래를 윤상의 건조한 톤으로 들으면 뽕필이 이렇게 강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김민우는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보컬이라 할만한데 그런 그의 역량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발휘되는 노래가 이 '휴식같은 친구'다. 박청귀가 아닐까 생각되는 기타 연주도 훌륭하고(세션의 크레딧이 나와있질 않다), 곡의 분위기가 확 바뀔때 간주로 짧게 나오는 건반 연주도 아주 인상적이다.

한 때 최고의 작사가로 이름을 날리던 박주연의 가사는 좀 밋밋한 감이 없지 않지만, 곡 맨 뒤의 '나 한번도 말은 안했지만, 너 혹시 알고 있니. 너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걸'하는 부분은 입에서 맴돌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가 자랑스럽다'는 것이기도 할 것이고, 또 '그렇게 자랑스러운 너를 내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는 것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치한 정신적 상태이지만 그런만큼 순수하다. 멋진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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