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god -어머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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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1.

내가 대학에 들어가고 난 이후에 중고등학생의 나이로 데뷔한 아이돌 스타들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그 나이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끔 손호영이 28살이라느니 문희준이 27살이라느니 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어색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들의 외모가 변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내겐 영원히 '애기'들처럼 느껴진다는 얘기다.

잘은 모르겠다만 그들의 음악에 발전이 없어서 그런 탓도 있을 것이다.


단상 2.

예를 들어, '어머님께'라는 노래를 완성하는데 굳이 5명이나 되는 멤버가 필요했을까? 노래 부르는 사람 한 명과 랩을 하는 사람 한 명, 또는 이 둘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단 한 명만 가지고도 충분히 완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비효율을 굳이 감내하고서 멤버를 꾸역꾸역 늘리는 데에는 필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비효율적인 투자에서 오히려 고효율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획사로부터 그룹 내에서의 자기의 캐릭터와 역할을 지시받고 오직 그대로 이행하기만 하는 꼭두각시들, 대기실에서 목을 푸는게 아니라 푸샵을 하며 몸을 푸는 존재들... 이런 사람들이 작금의 가요계에서 음반을 가장 많이 팔아 치우고 있다. 이건 모두에게 모욕이다.


단상 3.

컨베이어 벨트에서 물건을 뚝딱 만들어내듯 감동 역시 찍어낼 수 있는 것인가? 뮤지션으로서의 자의식 없이 오로지 춤과 가창만을 훈련받은 가수들이 내게 감동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말이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그때 그 감동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단상 4.

거짓 감동은 감동인가?

그것이 거짓임을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물론 그렇다.

그렇다면 '어머님께'의 가사가 박진영의 머리 속에서 나온 창작품 -멤버 중 누군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지만 거기서 정말 빌려온 것이 있다해도 그건 그저 '어린 시절 힘들게 살다가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냈다' 정도의 큰 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임을 알고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다시 말해 이 노래에 거짓 감동의 요소가 지천에 깔렸다는 점을 알고 나서 감상한다고 할 때는 어떨까.

마무리하자. 대체 난 왜 이 노래에서 문득문득 감동을 느끼는 것인가...

예술이 본디 허구적이기 때문에? 그래, 맥이 빠지긴 해도 이게 정답일 것 같다. 감동의 장치들이 제대로 설계되어 있다면 앞뒤 재지 않고 그냥 거기서 허우적거리는 것이 외려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자전적인 느낌을 풍기는 소설을 감동적으로 읽고 난 후, 실제 소설가의 삶이 소설의 내용과 판이함을 뒤늦게 알았을 때 그 소설가보고 '왜 그렇게 오해하게끔 썼냐'고 힐난하지는 않지 않던가 말이다. 그래, 예술의 역사는 원래 그렇게 '뻥'으로 먹고 사는 역사였다.

이 노래 역시 설계가 잘 되어 있다. 이제 나는 박진영이 만들어 놓은 그 치밀한 설계에 그냥 몸을 맡기기로 한다. 그러면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일시적이고 또 약간은 낯간지러운 것이긴 하지만 '감동'이라는 것이 적잖이 밀려온다.

당시 16살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김태우의 좋은 보컬과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이 빛나는 가사 한 줄 덕택에 이 노래는 1년짜리 노래에서 넉넉히 잡아 50년짜리로 승격되었다. god와 함께 커온 세대들은 죽을 때까지 이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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