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이문세 -밤이 머무는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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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한국 대중 음악 싱글 200곡을 적어볼 생각이다. 이 코너는 앨범이 아닌 싱글을 다룬다. 앨범에 대해서는 글 쓰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기서 '싱글'이라 함은 앨범이 아닌 '낱 곡'이라는 뜻이지 영미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의미의 '싱글'의 개념이 아니다. 원래 의미의 싱글로 국한하자면 내가 지금 머릿 속에 떠올리는 곡의 99%는 여기에 소개되지 못할 것이다. 다른 이유가 아니다. 그저 싱글로 발표된 바 없으므로.

200곡 이렇게 정해놓는 건 원래가 우스운 일이지만 그래도 뭔가 안정된 느낌을 주는 측면이 있어서 그리 하기로 한다. 아울러 소개하는 순서는 곡의 우열과는 무관하다. 그냥 그날 그날 생각나는 곡을 쓰는 것이다.

되도록 한 아티스트의 한 곡만을 꼽을 생각이지만 때려 죽여도 그렇게 못하는 앨범들이 있기 마련, 가령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앨범이나 김현철의 1집, 동물원의 2집 등등에서마저 한 곡만을 꼽는다고 못박는 건 참으로 가혹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곡을 함께 올리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 거 같고 각자 찾아서 듣기 바란다. 우리 음악 중에도 좋은 것들이 널리고 널렸다. 누차 말하지만 레이더가 그쪽을 향해 있지 않은 것이다. 안테나를 살짝만 돌려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음악들이 핵폭탄급 위력을 떨치며 레이더에 큰 점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왜 우리나라에는 알앤비 아니면 댄스밖에 없냐고 투덜대는 사람들에게는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좋은 싱글은 좋은 앨범에서 나오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게 사실이다. 가령 S.E.S의 '달리기'는 좋은 곡이지만 그 앨범을 좋은 앨범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마디 더 적자면, 앨범은 원래가 한 곡 들으려고 사는 것이다. 앨범 전체가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건 아주 드문 경우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앨범에 좋은 곡이 하나밖에 없어 사기가 꺼려진다면 그때의 대안은 더 큰 만족을 주는 다른 앨범을 사는 것이지 그 좋은 곡 하나를 달랑 다운로드 받는 것이 아니다. 앨범은 사서 듣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리스트는 '내 맘대로'다. 당연히 내 취향이며 가급적 내가 가지고 있는 앨범, 즉 내가 전곡을 다 들어본 앨범으로 한정한다. 그 이유는 이 리스트가 '낱 곡'을 다루는 것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앨범 전체의 감상에 바탕을 두고서 진행하는 것이 보다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간혹 가지고 있지 않은 앨범의 곡들도 다룰 것 같다. 예를 들면 씨디로 발매되지 않은 '벌거숭이'의 '삶에 관하여' 같은 곡이나 테잎이나 엘피로는 가지고 있지만 씨디는 더 이상 구입하기 어려운 것들 등등.

아울러 '왜 이노래는 안 넣어요?' 이런 불만은 나랑은 하등 상관 없는 것이다. 정 불만인 사람은 자기가 글을 쓰면 될 것이다.

시작은 이문세 4집의 '밤이 머무는 곳에'로 한다. 이문세의 3, 4, 5집은 이른바 한국형 어덜트 컨템퍼러리의 이정표라 할만 한 것인데 특히 4집은 내 생각에 그 중에서도 정점이 아닌가 한다.

좋은 작편곡과 세션맨들의 훌륭한 연주에 힘입어 이 별다른 재능없는 가수 -난 이문세가 탁월한 가창력을 지녔다는니, 뛰어난 가수라느니 하는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저 '이문세답게 부른다' 정도면 모를까, 그의 보컬은 지극히 평범한 정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는 80년대 말, 90년대 초 한국 대중 음악의 한 봉우리를 이루게 된다.

좋은 곡들이 밟히는 가운데에서도 '밤이 머무는 곳에'라는 곡은,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사랑이 지나가면', '굿바이', '가을이 오면', '그녀의 웃음소리뿐', '깊은 밤을 날아서', '이별 이야기' 등과는 달리,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서늘한 느낌과 처연한 정서를 전해준다. 이문세의 목소리와도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는 바로 이런 타입의 곡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5집부터 서서히 등장하는 곡 후반부 처절 모드 발성은 이문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1분 40초 즈음, 2절이 시작할 때 '밤이 가면 내게로...' 에서 첫 단어 '밤이'를 '바암이'로, 음을 살짝 흔들어주는 기막힌 센스를 놓치지 말자.

-p.s) 좀전에 나는 '사랑이 지나가면', '굿바이', '가을이 오면', '그녀의 웃음소리뿐', '깊은 밤을 날아서', '이별 이야기'라고 썼다. 살벌하지 않은가.



* 원래 이 코너의 글들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썼던 것인데 이번에 블로그로 옮겨 오면서 다시 옮겨 적어본다. 음악 링크 걸기가 쉬워져서 작업의 의미가 한층 살아나는 것 같다. 만약 음원 불법 업로드로 벌금형 같은 걸 맞게 되면 그때는 그만 둘 것이다.

- 이 코너에 실리는 앨범 자켓 이미지는 대부분 http://www.maniadb.com 에서 가져오는 것들이다. 이미지 사용을 허락해 주신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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