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신중현 & The Men -거짓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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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씨의 작품들이 지난 2000년 초에 여러 타이틀 재발매된 적이 있다. 신중현씨가 속했던 그룹들의 음반들과 또는 신중현씨가 지금의 개념으로 말하면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물론 주요 작곡가이기도 했고- 다른 가수들의 앨범들이었는데 대부분 뛰어난 음악적 성과를 보여준다. (특히 이전에 여기서 소개한 김정미의 'Now' 앨범은 기가 막힌 트랙들로 도배가 되어있는 명반이 아닌가 싶다)

이 당시 신중현씨가 워낙 여러 그룹들을 만들었다가 해체시키고 또 만들고 해체시키고 하느라 정확한 디스코그래피의 정리가 매우 어려운 실정인 것 같다. 이 글의 The Men도 신중현 앤 The Men이 있고 장현 앤 The Men도 있고 그렇다.

또 그 당시에는 한 가수의 음악만으로 앨범 하나를 꾸미는 게 아니라 '커플링'이라고 해서 이 가수의 노래로 한 면을 채우고 또 다른 가수의 노래로 다른 한 면을 채우는 방식이 유행이어서 신중현씨의 노래가 몇 곡 들어있는 음반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싶다. 또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기에 신중현씨가 연주에만 참여한 앨범까지 치면 '거의 불가능'에서 '거의'字가 빠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음반만 다 남아있다면, 누구 하나 고생해서 하려고만 들면 어쨌든 정리가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당시 음반들이 다 남아있질 않다. 현재 신중현 앤 The Men의 이 앨범 같은 경우 상태가 ex급만 되도 50만원 선에 거래가 되는데 -신중현씨 작품 중에서도 옥탄가 높은 것들은 대개 이 가격대다- 이게 다 물건이 없어서 그런거다. 어쨌든 이 앨범은 남아 있으니까 그나마 팔리는 거고, 아예 남아있질 않은 앨범들이 있다는 거다. 소비자들이야 지들이 사서 지들이 잃어버리고 한거니 그러려니 한다만 그렇다면 스튜디오에서 처음 녹음하고 믹싱했던 그 마스터 테잎은?

아뿔싸, 그것도 없는 거다. 그게 있어야 리마스터도 하고, 재발매도 하고, 물건 떨어지면 재판도 찍고 할텐데 그게 없는 거다. 다 어디로 간거다. 그럼 신중현씨 앨범의 CD 복각 재발매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 가능했던 것일까? 그렇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LP에서 음성신호를 뽑아서 디지털화 한 후 씨디로 찍어낸 거다. 아, 그러니 음질이 당연히 후질 수 밖에 없는 거다. 물경 30년 이상이 지난 LP가 음질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관리를 아무리 잘해도 잡음이 섞여 나올 수 밖에 없는 거다.

여기서 우리가 짜증내도 좋을만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이 당시 재발매된 신중현 씨리즈를 살펴보면 Thanks to 해놓고 왠 일본인 이름이 들어가 있음을 보게 된다. 사연은 이렇다. 제작진에서는 마스터 테잎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만다. 그럼 이제 천상 LP를 가진 사람을 되도록 여러 명 찾아서 그 중에 가장 상태가 좋은 판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양해를 얻어 뽑아 내야 하는 거다.

그런데 이 놈의 종자들이 그걸 안 내놓는 거다. 왜 그랬을까? 좋은 음악 혼자만 듣고 싶어서? 그건 아닐거다. 아마 자기가 가지고 있던 판의 값이 떨어지는 걸 싫어했던 것일테다. 콜렉터들의 빗나간 음악 사랑이랄까? 그러고보면 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50만원이 왔다 갔다한다는 것도 참 미친 짓인 거 같다. -사실 50만원은 그리 비싼 편도 아니다. 오세은의 3집 앨범은 90만원인가에 올라와 있더라. 뭐 외국 희귀반의 경우 first press에 상태 민트급이고 이러면 몇 백만원은 우습고.

그래서 결국 국내에서 소스 제공 받는 것을 포기하고 일본 사람한테 얻어온 거다. 참 쪽팔리지 않은가? 외국인한테 손 벌리게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여튼 이 놈의 나라는 좀 나눠서 잘 살아보자는 마인드가 너무 없다.

얘기가 많이 샜다...

이 앨범엔 총 3곡이 들어있다. 첫번째 곡이 '아름다운 강산', 두번째 곡이 '거짓말이야',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곡이 '안개 속의 여인'

'아름다운 강산'도 기가 막히게 만들어 졌는데, 아! 이 '거짓말이야'가 너무 압도적이다. 김추자가 불러서 크게 히트시킨 바로 그 곡인데 여기선 신중현과 The Men이 22분 여에 달하는 뿅가는 싸이키델릭으로 바꿔 놓아  버렸다. 동시대의 영미 싸이키델릭과 견주어도 탑 클래스에 충분히 놓일 수 있는 싸이즈 만빵의 명곡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druggy'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약간 들지만 아니다, 이 정도면 정말 정말 땡큐 베리 머치!!!

-지금 흐르는 곡은 '아름다운 강산'이다. '거짓말이야'는 너무 길어서 10메가로는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글만 놔두기 아쉬워서 대체했음.




-앞에서 중고판의 상태를 얘기하면서 ex라고 썼다. 중고 LP의 경우 음반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음악의 완성도를 별개로 한다면) 자켓의 상태와 판 자체의 상태, 이 두가지이다. 그래서 보통 '자켓의 상태/판의 상태' 이런 식으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M/ex 라면 자켓의 상태는 M급이고, 판의 상태는 ex급이라는 얘기다. 물론 싸이트나 가게마다 다르게 표기할 수 있으니 꼭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상태 표기법은 다음과 같다. 가장 좋은 것은 미개봉, 그 다음이 M(Mint)-Ex(excellent)-VG(very good)-P(poor) 순서이다. 각각 M+ M- 이런식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VG이면 플레이할 때 뒤로 틱틱거리는 잡음이 들리는 정도인데 단, 바늘이 대박으로 튀어서는 안된다. P는 잡음도 많고 튀는 현상도 심해서 음악감상용으로 부적합한 상태를 말한다. 그냥 자켓 소장용이라고 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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