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희는 내게 항상 최상급으로 기억된다. 이봉조 작곡에 그녀가 부른 '꽃밭에서'는 도저히 다른 가수들이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이며, 그 시대에 이런 세련된 곡이 태어났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하기는 그 시대에 오히려 지금보다 이런 류의 '고품격' 팝 가요들이 더 많이 생산되었던 것도 같으니 그리 신기해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그래도 그렇지 '꽃밭에서'의 완성도는 좀 심했다.
'꽃밭에서' 얘기가 길었는데 오늘 소개하는 곡은 이 노래가 아니라 '호반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곡이다. 오리지널 취입은 1969년에 이루어 졌다고 하니 근 40년이 다 되어 가는 것이다. 뽀글뽀글 머리에 말 안되는 검은색 뿔테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던 박춘석씨가 작사 작곡한 곡인데 이 노래도 만만치 않다. 좋은 노래는 이런저런 분석을 떠나 우선 '느낌'이 있다. 그리고 사실 그게 전부일 거 같기도 하다. 음악적인 분석을 통해서만 좋은 곡인지 아닌지가 판명된다면 훌륭한 분석가들이 모두 훌륭한 작곡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고로 모든 예술은 분석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가사는 사실 별 볼게 없지만 내가 누차 얘기하는 바대로 가사는 덤이다. 곡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무게추는 어디까지나 곡 자체에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건 '음악'이니까.
전무후무하다 할만한 고품격의 보컬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곡 '호반에서 만난 사람'을 189번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