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nifer Warnes -The Hu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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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에 갑자기 차의 씨디플레이어가 망가졌다. 10만원에서 20만원 사이로 비용이 든다길래 돈도 겁나고 차 맡길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버티는 중이다. 사실 '갑자기'는 아니고 그 전에도 더운 여름철에는 씨디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거나 두세 시간 이상씩 계속해서 들으면 틱틱 튀는 오작동 같은 것들이 꾸준히 있어왔는데 이번에는 아예 먹통이다. ERROR 7이 뜨면서 아예 제 안으로 받아 들여주질 않는다.

덕분에 요즘은 예전에 사놨다가 씨디에 밀려 천덕꾸러기가 된 테잎들을 다시 듣고 있다. 다시 들을 뿐만 아니라 마침 씨디피가 망가지기 좀 전부터는 테잎 구입에 다시 눈을 돌리던 참이었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씨디라는 매체가 막 대중화되던 시점-에 발표됐던 가요 음반들의 경우 그 이후로 재발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은 도저히 중고시장에서도 씨디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쉽지만 테잎을 통해서 듣는 걸로 방향을 바꾸던 참이었던 거다. 그래서 구입할 수 있었던 게 윤명운의 명운이의 블루스, 낯선 사람들 2집(요건 다행히 씨디로도 구입을 하게 됐다.), 우리 동네 사람들 1집, 노동가요 공식음반(요건 아마 씨디로 발매가 안되었을 듯), 이성우 1, 2집 같은 것들이다. 모두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자락을 차지하기에 충분한 작품들이다.  

사실 씨디때문에 '急' 찌그러지긴 했어도 씨디 이전 20년 간, 테잎은 LP와 함께 천하를 양분하던 매체 아니었던가 말이다. 차에서 들어도 음질이 나쁘다든가 하는 느낌이 그닥 들지 않음은 물론이고 말이다. 불편한 점은, 듣고 싶은 곡만 제깍제깍 찾아 듣기가 좀 곤란하다는 거랑 파일 형태로 뽑아내기가 힘들다(지금 내 상황으로는 불가능)는 점 밖에는 없다.

음,,, 이게 지난 2주 간의 상황이다. ㅎㅎ

이렇게 테잎을 정말 십 몇 년만에 플레이해서 아주 좋게 들었던 게 여러 장 있는데 그중에서도 조갑경의 2집과 이 앨범은 따로 기록해 둘만 하다. (조갑경 2집은 80년대와 90년대의 사이에 딱 끼어서 발매가 됐는데 80년대 한국의 전형적인 메인스트림 가요가 이를 수 있는 최고치를 드러내는 동시에 90년대 들어 김동률, 이적, 김건모 등에 의해 새로이 펼쳐지는 감수성에는 결코 이르지 못하는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수작이라 생각된다. 잔소리를 더 하자면 이 앨범을 가리켜 메인스트림의 최고 레벨이라고 표현한 것 뒤에는 그 당시 메인스트림이 기본적으로 별 볼일 없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조갑경의 2집을 통해서는 어릴적 내 귀를 사로잡았던 노래 '저 깊고 푸른밤에'를 근 20년 만에 다시 들을 수 있었는데 당시 중딩이었던 내 귀가 틀리지 않았음을 이번에 다시 확인했고, 이 앨범 'The Hunter'에서는 셀프 타이틀 곡인 'The Hunter'라는 좋은 곡을 처음 접할 수 있었다. 1992년이면 이런 노래가 그닥 인기를 얻기 힘들었을 때인데도 용케 앨범 타이틀 곡으로 선정할 생각을 했나 보다. 매디 프라이어, 샌디 데니 같은 브리티시 여성 포크 뮤지션들이 80년대를 지나면서 포크와 팝이 결합된 음악을 많이 들려줬는데 이 곡에서도 그런 향기가 드문드문 새어 나온다.

(발매일과 상관없이) 요새 들은 여가수의 노래 중에서 보니 타일러의 'total eclips of the heart'과 함께 평생을 함께 할만한 곡을 찾았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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