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해바라기 -갈 수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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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하지만 뻔한)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 국민들의 애창곡, '사랑으로'를 부른 그룹이 다들 알다시피 이 해바라기이다.

해바라기는 원래 70년대에 이정선, 한영애, 이주호, 이광조의 멤버로 시작한 그룹이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오래 된 것이라는 얘기다. 처음엔 포크로 시작을 했다가 멤버들의 변동이 있고 하면서 블루스 쪽으로 살짝 빠지기도 하고 하는 등 추구했던 음악의 스타일도 앨범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난다. 그러다가 80년대 들어 산도둑놈같은 얼굴에 기막힌 목소리와 작곡 센스까지 겸비한 이주호만 남아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통기타 기반의 어덜트 컨템퍼러리를 시도하게 된다.

이주호는 듀오 형태를 고집하면서도 파트너를 여러번 바꾸며 활동했는데 우리 기억에 가장 진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무래도 유익종과 함께 하던 시절이 아닐까 싶다.-라고 쓰지만 유익종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이 앨범에서는 이주호가 누구와 함께 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목소리로 볼 때 유익종은 아닌 것 같다.

이 노래는 해바라기의 일반적인 노래들,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주제에 올인하는 그들의 작품 세계에서 한참을 떨어져 있는 노래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노래의 가사는 동명의 소설을 쓴 바 있는 '조해일'이 작사한 것이며 그 소설의 주제처럼 다분히 패배적이고 체념적인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와중에서도 '너'라는 존재를 설정하여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이념'이 아닌 '인간'을 매개로 하는 그들의 기본적인 취향만큼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갈 수 없는 나라'라는 제목이 드러내는 이상향에 대한 자포자기의 심정이 역시 해바라기의 일반적인 작곡 스타일(이 말은 이주호의 일반적인 작곡 스타일이라고 봐도 좋다)에서 벗어난 작풍에 실려 아주 독특하면서도 처연한 느낌을 전해준다.

해바라기 그룹 내적으로 보아도 물론이거니와 우리 가요사 전체로 보아도 이 곡에 적절한 위상을 부여해주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앨범이 원곡으로 실린 정규 앨범을 찾다가 출근 시간이 촉박해서 그들의 실황 앨범을 들고 나왔다. 정식 이름은 '해바라기 Golden 실황공연 Live Concerts `85~`89'이다. 저 위의 이미지는 원곡이 담긴 스튜디오 정규 앨범의 자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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