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양희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에 이미 이 앨범에 실린 '인생의 선물'이라는 곡을 소개한 바가 있다. 이 앨범은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감사하게(!) 여기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우리가 여기 실린 아름다우면서도 힘이 넘치는 가사를 온전히 알아 들을 수 있게 된다는 바로 그 단순한 사실말이다.

여기에 덤으로 -물론 아주 큰 덤이지만- 10대때부터 비범한 음악 이력을 시작하여 인생의 풍파를 모두 견디어내고 이제 정말 어느 싯구대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우리 모두의 큰 누이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양희은씨의 노래가 얹히게 되면 정말 눈 앞에서 신천지가 펼쳐지는 것이다.

좋다고 소문 난 외국 음반들을 찾아 지금도 허덕이고 있다. 들어보면 좋다. 감동도 있고, 충격이 있기도 하고,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도 해주고... 하지만 양희은씨의 이런 노래를 듣노라면 그런거 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국 노래가 전하는 그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일순 '거짓 감동이었나' 싶게까지 만들어 버리는 이 엄연한 한국어 가사와 그 음률을 접할 때마다 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대 울지 마라'라고 얘기해주는 가수가 우리 바깥에 있던가? 아니면 혹 그렇게 얘기하더라도 그것을 알아 들을 수 있던가 말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 코너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좋은 노래를 들려준 것, 즉 감사함에 대한 보답 말이다.


-노랫말은 원래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에서 따온 것이다. 또한 이 노래는 '수선화에게'라는 제목으로 안치환의 7집에 먼저 실린 바 있다. (안치환의 노래도 훌륭하다.) 둘 모두 정호승 시인의 시를 아주 약간 -노래 박자에 맞게 두 음절짜리 시어를 세 음절로 바꾼다든가 어미를 생략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바꿨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 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무 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그대 울지 마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뒤늦게 붙이는 글.

이 곡의 작곡자 '이지상'에게 결례를 범할뻔 했다. 이 곡은 그의 2집 앨범과 그가 참여한 옴니버스 앨범 '나팔꽃'에 그의 목소리로 먼저 실린 바 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