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여행스케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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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처음 들었을 때는 좋았고,

지금 들으면 더 좋다.

여행스케치의 노래들에는 '산다는 건 그런게 아니겠니'류의 유치한 가사와 멜로디로 이루어진 노래에서부터 -사실 이런 경향의 노래는 여행스케치같이 대학 동아리 비스무리한 것에서 시작한 그룹들에게서 많이 보임, 그룹 '동물원'도 일정 부분 이런 속성을 갖고 있다-  '별이 진다네'와 같은 보석 같은 서정을 담고 있는 노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곡들이 섞여 있는데 과연 이게 하나의 그룹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가 할 정도로 기복이 심하다.

여행스케치가 그간에 멤버의 변화를 여러 차례 겪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기복이 아예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음악적인 '성향'이 아닌 음악의 '수준'이 이렇게 들쭉날쭉 하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마 캠퍼스 그룹의 특성대로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멤버 구성의 불안정성, 취미 활동과 직업활동 사이의 고민, 주도권 다툼, 음악적 방향의 설정 등등. 아마 이런 고민들 속에서 그들의 음악이 그리도 들쭉날쭉 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그들의 중반기 시절이라 할 수 있는 이 4집에서 드디어 적절한 균형감을 지닌 명곡이 하나 탄생했으니 바로 이 '운명'이라는 노래다. -물론 여행스케치가 아직 활동을 하고 있는 그룹이라는 점에서 '중반기'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2007년 시점으로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수놓았던 그 많은 혼성 듀엣들의 목소리를 모두 초라한 과거의 흔적으로 만들어 버린 두 남녀, 윤사라와 성윤용의 절창은 자칫 밋밋할 수도 있는 이 노래에 클래식의 기품과 위엄을 부여하였다. 이 둘에게 찬사를 보내며 아울러 작곡자 조병석과 세션 색소폰을 맡은 누구씨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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