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쌍투스 -그대 있는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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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곡의 리메이크곡을 이곳에 소개하는 일은 꽤나 꺼려지는 일이다. 내가 이 리스트를 작성함에 있어 나만의 기억이나 또는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최대한' 거슬러 오를 수 있는 시점이 60년대 말인데 -물론 자료를 참고한다면 훨씬 그 이전으로도 갈 수 있겠지만 그 전 시기의 노래들은 내게 감동을 주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물경 40년전이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난 이 노래, '그대 있는 곳까지'와 같은 번안곡을 소개할 때는 그 40년 동안 이 200선을 채울 만한, 한국인이 만들고 한국인이 한국어로 부른 노래가 그렇게도 없단 말인가하는 자괴감에 살짝 젖기도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리메이크곡을 소개하는 이 시점, 난 살짝 변명을 해 볼 필요를 느낀다. 우선, 되도록 이 리스트를 빨리 끝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게 한번 지지부진해지면 영 그 늪에서 헤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되도록 빨리 끝내야 한다. 물론 내용을 충실히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라져가는 탄력을 부여잡기 위해 고민 끝에 번안곡을 소개한다는 이야기이다.

또 하나는 이제 한 100곡 정도를 소개하다 보니 내가 처음에 이 코너를 만들며 머리 속에 담아 두었던 밑재료들이, 몇몇 초특급 곡들과 비상식량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나온 상태라는 점이다. 그런 곡들이 대략 30여 곡 정도 되고, 이제 나머지 70여 곡은 인디락과 그때 그때 발표되는 최신곡들로부터 나오게 될텐데 특히 최신곡과 인디락 쪽은 사놓고 아직 못들은 앨범이 너무 많아서 최근에 이렇게 업데이트가 늦어진 것이다. 여기에 늦게 배운 도둑질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도 좀 있고.

뭐 이런 이유로 난 과감히 리메이크라고도 하기 힘든 '번안곡'을 이렇게 소개한다. 하지만 전적으로 앞에서 밝힌 두가지 이유 -최근에 업뎃이 너무 더디다는 점과 쏘스가 슬슬 바닥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 곡을 소개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섭섭하다 아니할 수 없겠다.

이 노래는 아름답다. 이게 만약 우리나라 뮤지션의 창작곡이었다면 이 노래는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나 김광석의 '나의 노래'와 같은 곡들과 함께 내 인생의 베스트 텐에 어깨를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큰누나가 중학교 다닐 때 누나네 반이 반 대항 합창대회에서 이 노래를 택했었다. 누나가 혼자서 '바람아 불어~' 하면서 연습을 하는데 참 아름다운 멜로디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듣노라면 막연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우아하면서도 젊음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런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곡은 Mocedades라는 스페인 대학생 그룹의 곡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쌍투스(어느 대학의 중창단인 걸로 기억한다)가 가사를 바꿔 78년 2회 대학가요제에 출품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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