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조용필 -슬픈 베아트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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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필이형이다.

내가 가진 조용필의 앨범은 두 장짜리 베스트와 가장 마지막에 낸 두 장의 정규 앨범(아마 17, 18집 정도 될 거다) 밖에 없다.

조용필은 이소라와는 다른 식으로 나에게 과소평가 되어왔다. 이소라가, 그녀의 티비에서 비춰지는 모습과 일부 히트곡의 스타일에서 연상되는 어떤 이미지에 의해 참모습이 제대로 보여지지 못했던 경우라면 조용필은 그가 훌륭한 뮤지션임을 내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음반을 사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에게 과소평가 되어왔다. 

난 그의 앨범을 손에 집어 들었다가도 언제나 계산대로 가기 전에 다시 내려놓곤 한다. 난 그의 '한국적'인 사운드가 싫었다. 그가 장르를 개척하고 그것을 매끈하게 다듬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항상 드러내 보이던 한국 특유의 뽕필. 그렇다. 난 조용필의 뽕짝스러움이 싫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그의 모든 곡들이 이러한 뽕필에서 해방된 것임을 알고 난 후에, 그리고 그런 곡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고 난 후에 그 한 두곡을 위해 앨범을 사기란 쉽지 않았다.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같은 희대의 명곡이 왜 '사나이 결심' 이런 노래와 한 앨범에 들어있어야 하는 건가 말이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난 그의 곡 만들기 능력에 기복이 심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어떤 글에서는 그가 전략적으로 이런 방식을 택한다는 걸 읽은 적이 있다. 즉 특정 세대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분석에 대한 나의 평가는 유보하기로 한다.

하지만 최근 그의 베스트 음반 투씨디를 감명 깊게 듣고 있던 차에 얼마 전 소개한 '90년대를 빛낸 명반 50 :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 1990년대'를 읽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조용필의 90년대는 내가 갖고 있던 저런 생각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운 시점인 거 같고, 그래서 그의 90년대 이후 앨범부터는 늦은 감이 있지만 구입해서 찬찬히 들어볼 계획이다.  
 
'슬픈 베아트리체'는 92년도에 발표된 14집에 실린 곡으로서 역시 특유의 뽕필이 들어가 있지만 한국형 처절 모드의 정점이라 할만하다. 50년, 100년 운운하는 한국 대중 가요 역사에 이런 곡 하나 없다는 것도 수치일 터 그래도 조용필이 있어서 이런 류의 진정한 성인가요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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