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149] 넥스트 -껍질의 파괴/The O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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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홈피에 명곡 '껍질의 파괴'가 담긴 이 앨범에 대한 글을 쓴 일이 있어서 그걸 그냥 퍼올까 했는데 그때는 이 곡뿐만 아니라 'The Ocean'이라는 곡에도 집중을 했던 차라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두 곡 묶어서 하나로 하기에는 각각의 무게가 너무 큰 탓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떠올랐다. 내가 생각해낸 게 아니라 악마적으로 그냥 떠오른거다. 바로 [148, 149]로 묶기 초식!!! 쉬운 길이 있었던 것이다~~~

이하는 전에 썼던 글. ㅋ 약간의 수정을 가하기로 한다.------

148, 149 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은 우리 그룹 넥스트다.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이들의 이름 N.EX.T는 'New EXperiment Team'에서 왔고, 그래서 이름 가운데 점이 있는 것이다. 88년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의 대상 수상으로 음악 생활을 시작한 신해철은 이후 무한궤도 1집과 신해철 1, 2집을 내고 잠깐의 휴식에 들어간다. 젊음의 패기와 실험정신, 아름다운 멜로디와 멋진 가사로 가득한 무한궤도의 1집은 그러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후 대부분의 멤버들은 이 바닥을 떠나게 된다. -흥행 부진때문이라기 보다는 애초부터 이들에게 음악은 취미였기 때문이라고 보는게 더 맞을 거 같다.

신해철은 90년 초반 솔로로 발표한 두장의 앨범에서 그다지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약간은 뻔하다 싶은 음악들을 하게 된다. 다만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로 상징되는 솔로 1집에 비해 2집의 '길위에서'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나에게 쓰는 편지' 등이 보여준 진중한 주제 의식과 우아한 멜로디는 그가 음악적으로, 내적으로 영 같은 자리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던 신해철은 드디어 1992년 N.EX.T를 출범시키게 된다. 솔로로 활동하다가 그룹을 새로 시작했던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저 짐작컨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기반해서 혼자 작업하고, 필요하면 세션을 불러다 쓰던 이전의 방식이 스스로도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아무튼 신해철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점하게 될 앨범들은 모두 넥스트 시절에서 나왔으니 그의 그룹 결성은 결과적으로 보면 성공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92년 작 넥스트 1집 'Home'은, 히트곡 '도시인'을 포함해서 신해철의 트레이드 마크 -이자 안티들에겐 그이상 싫을 수 없는-인 낮은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담긴 '아버지와 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드러내는 '영원히', 많은 소녀팬들을 뻑가게 했던 '인형의 기사' 같은 곡들을 포함하고 있는 꽤 괜찮은 앨범이었다고 기억된다. 하지만 이 앨범까지도 신해철은 아직 락이라고 결코 할 수 없는 음악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동규의 드럼 사운드가 너무나도 팝적인 수준에서 머물러 있고, 정기송의 기타도 락의 어법에서는 멀리 떨어진 채 간단한 세션의 느낌 이상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컨대 넥스트 1집은 솔로 활동과 그룹 활동의 차이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신해철의 착각 속에서 전반적인 방향 설정이 잘못된 안타까움 반, 기대감 반의 앨범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서설이 길었다.

신해철은 1994년 드디어 이 앨범 넥스트 2집을 발표하게 된다. 나를 가장 흥분시킨 한국 음악이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감동에 젖게 하는 대단한 앨범이다.
이 앨범을 통해 비로소 신해철은 그가 제일 잘할 수 있고 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았으며, 동시에 일찌기 한국 음악계가 경험하지 못했던 신천지를 열었다.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껍질의 파괴'와 'The Ocean'은 말 그대로 한국 음악씬에서 전무후무였으며,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최고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 한국 락의 보배스런 존재들이다.

'The Ocean'은 프로그레시브락적인 구성을 띄면서도 한국적인 멜로디가 언뜻언뜻 보이는 게 마치 킹크림슨의 'I Talk To The Wind'를 떠올리게 하는 명곡이다. 처음의 아련한 플룻 소리로 시작해서 꾹 참고 있다가 터져나오는 듯한 중반부의 기타 애들립, 그리고 락 키보드가 들려주는 최상의 경지라 할만한 신디사이저의 출렁이는 음향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완벽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맨 앞에 실린 '껍질의 파괴'는 'The Ocean'과는 정반대인 메탈리카풍의 쓰래쉬 메틀 싸운드다. 이 곡을 듣노라면 9분 53초의 다소 긴 러닝 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곡의 변화가 무쌍하고 멜로디의 흐름이 좋다. 이 곡에서도 역시 키보드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쓰래시 싸운드와 키보드의 행복한 조화라고 평하고 싶다. 앨범의 맨 앞에 실릴 만한 무게감이 충분한 곡이라 생각된다.

또한 이 앨범에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날아라 병아리' 'The Dreamer'같은 신해철 표 발라드도 들어 있어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 앨범에서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물론 이는 앨범의 통일성을 깬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글을 들으면서 쭉 다시 듣고 있는데 역시 대단한 앨범이라는 생각이다. 인간 신해철은 자기 주관이 너무 뚜렷해서 대중들에게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편인데, 그래서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그의 음악까지 멀리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안타까운 경우라 하겠다.

그의 음악이 음악 자체로 옳게 평가받았으면 좋겠고, 이와 더불어 (음악 이전에) 그의 개성을 껴안을만한 여유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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