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한영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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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한영애, 이소라, 이상은, 양희은 이런 가수들의 음반은 그냥 믿고 살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다. 이런 가수들은 뭐랄까, 기본치 자체가 높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예외없이 평균 이상의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그럼 기본치란 무엇인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좋은 곡과 가사를 쓸 수 있는 능력, 또는 만들지는 못해도 좋은 곡을 선별하여 그것을 자기만의 목소리로 소화하는 능력, 뛰어난 조력자(세션맨)들을 규합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 음악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기획사, 제작사와 같은 외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아티스트로서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가 하는 점 등등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대충만 써도 이 정도인데 그러고보면 '뮤지션' 또는 '아티스트'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한영애는 저런 조건 중에서도 특히 좋은 곡을 선별하여 자기만의 목소리로 그 곡을 해석하고 또 자기의 목소리를 가장 잘 부각시켜 줄 좋은 조력자들을 한 데 모으는 능력이 탁월한 뮤지션인 것 같다. 허나 한영애의 가장 뛰어난 점이라면 무엇보다도 한국대중음악계에서 그녀만큼 '목소리' 하나만으로 듣는이에게 전율을 불러 일으키는 뮤지션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이것은 고음이 얼마나 올라가냐, 호흡을 얼마나 오래 끌 수 있냐 따위의 저급한 문제보다 훨씬 더 높은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이승철이 '밖으로 나가 버리고~~~'를 40초를 끌고 1분을 끌고 하는 것이나 김종서가 목소리만으로 와인잔을 깨는 등등. 이벤트는 그냥 이벤트일 뿐이다.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흐트러짐 없이 정확하게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능력, 곡의 전체를 조망하여 목소리의 색깔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들... 비단 음악을 떠나 예술 전체에 있어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 수 있을까. '예술가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인 모양으로 나타낼 수 있느냐의 문제' 말이다.

하지만 뮤지션 개인에 따라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강렬하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나타내는 사람도 있고 또 조용하고 차분하게 나타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영애라면 단연 전자의 예일텐데, 이제 그녀를 거쳐서 변화무쌍, 천의무봉이라는 두 꾸밈말은 서로 모순없이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한영애의 숱한 명곡 중에서도, 명반 2집에 마지막으로 실린 '바라본다'를 155번째 곡으로 정한다.    


-이 코너의 글들을 이미 60번까지 다 썼음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에 자주 못 올리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해당 씨디를 못찾고 있기 때문이다. 좁은 방안에 여기저기 쑤셔 박아 놨더니 찾으려면 한 세월이다. 얼마 전의 '절룩거리네'도 찾다 찾다 성이 나서 그냥 다운 받아 올린 것이었다. 지인 한 분은 엘피가 2만장, 씨디가 7, 8천 장 되는데 이 분 안습 그자체이다. 듣고 싶은 곡이 있으면 네이버로 간다는...

한영애도 찾다가 포기하고 일단 글만 올려둔다.




-올렸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