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산울림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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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다보면 '어, 이런 음악이 어떻게 그 시절에 나올 수 있었지?'하는 의문이 들때가 가끔 있다. 뭐, 이런 기분 좋은 당혹감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 시절에도 이런 음악이 있었는데 지금은 왜 이 모양일까?'하는 낭패감으로 바뀌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우리 대중음악 역사에서 저런 뮤지션을 꼽는다면 하나는 들국화, 다른 하나는 산울림이 되겠다. 서태지? 서태지는 글쎄, 그의 음악은 시대를 앞서 간 느낌이라기 보다는 그때까지 잘 들을 수 없었던 음악을 했다는 느낌이랄까. 뒤집어 얘기하면 그들의 스타일이 다른 뮤지션에 의해 전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하고, 또 그들의 음악이 완성도 측면에서 그리 대단치는 않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전자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 것이고 후자는 내 개인적인 평가다. 사회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음악계에 끼친 영향은 미미한 것이 아니었나 하고 난 생각하게 된다. -비슷한 포맷의 댄스 그룹의 범람이라는 네거티브한 영향력까지를 포함한다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음악계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하다 할 것이다. 물론 이건 그들이 욕먹을 일은 아니다.  

산울림이 30년전에 발표한 1집에 실린 이 음악을 들어보자. 지금의 1급 모던락 뮤지션들의 음악에 비추어봐도 전혀 뒤지지 않는 참신함과 '모던함'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아마 당시의 한국 대중들은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독특한 악곡 구성과 당시에는 치를 떨었을 법한 성의없는 보컬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고음'에 열광하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이전에 없었던 독특한 詩情의 노랫말은 동시대인들에게 그리 환영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대중음악계는 물론이고 동시대의 영미 팝과도 다른 길을 갔으나 언젠가는 그 어디에서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위대한 밴드 '산울림'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를 157번째 리스트에 올린다.


-지금은 이들의 정규 앨범을 구할 수가 없다. 얼마전 세 장짜리 베스트가 발매됐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그쪽으로 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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