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벌거숭이 -삶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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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가 다 그런가싶어 어떨 때는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음악 듣는 것 역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절대 어떤 테두리 이상을 벗어날 수가 없다.

전영혁, 성시완과 같은 출중한 디제이나, 성문영과 같은 좋은 음악 기자들의 소개와 안내가 없었다면 내 음악 듣기의 폭은 굉장히 좁아졌을 것이고 이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이땅의 많은 음악 애호가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저런 공적인 사람들의 도움 외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름 모를) 개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 음악의 도서관은 지금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디오사랑'이라는 오디오 기기 판매 싸이트가 있는데 mp3 파일의 불법 유통에 대한 법적 규제가 시작되기 전에 적잖은 음악 매니아들이 게시판을 통해 좋은 음악을 소개해 주곤 했다. 나는 오디오엔 별 관심 없이 거의 음악만 들으러 자주 갔었는데 이 노래 '벌거숭이'도 그곳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1986년에 나온 앨범이고 씨디로는 발매된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구할 길이 없지만 -모르겠다, 중고 가게를 잘 뒤지면 엘피를 찾을 수도 있겠지- 네이버 블로그 검색으로 해보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탄 풍경'에서 좋은 노래를 들려줬던 강인봉이 참여했던 그룹인데 이 앨범 한 장을 내고는 더 이상 활동을 안했다. 글을 쓰기 위해 벅스에서 앨범의 전곡 1분 듣기를 했는데 역시 이 노래가 가장 돋보이는 곡이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인생은 30대인 지금의 내가 보기엔 다소 감상적이고 많이 추상적이지만, 강인봉의 툭툭 던지는 듯한 목소리에 실려 전해지는 좋은 멜로디와 멋진 기타 연주는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담담한 무채색 그림같은 이 알려지지 않은 노래를 163번째 노래로 정하며 당 앨범이 재발매되기를 희망해본다.



-이 글을 처음 쓴 후에 엘피를 구했다. 돋보이는 곡이 하나 더 있었는데 '삶에 관하여'를 넘지는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간절히 찾던 앨범을 구해도 이거 뭐 오디오로 들어볼 여건이 안되니...

-앨범 정보 - http://www.maniadb.com/album.asp?a=101695#T8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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