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을 듣다보면 자주는 아니지만 아무튼 어떤 사실을 알고 난 후 좀 허탈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노래가 좋아서 신나게 찾았더니 막상 원곡은 '외국곡'일 때가 바로 그런 순간들 중의 하나이다. '아, 이런 센스는 도대체 외국 음악에서 빌려오지 않고는 안 되는건가?'하고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는 얘기다.
이 노래도 그런 경우인데 이 노래의 원 작곡자와 뮤지션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핑클 독집 앨범이 아니라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의 사운드트랙에 담겨 있는 노래인데 아무튼 내게는 좋은 노래로 다가온다. 핑클은 앨범 전체로 들어본 바 없어서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그녀들이 티비에서 주력하여 불렀던 노래들이 해당 앨범에서의 베스트 트랙이었다고 가정한다면 이 노래는 핑클의 노래 중에서 최상급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 노래는 들을수록 편곡과 세션이 아주 마음에 든다. 상큼하면서도 일정한 힘과 품위를 잃지 않고 있다. 특히 박력의 면에서는 옥주현의 당찬 보컬과 인상적인 기타 연주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겠는데 짧은 간주에 나오는 기타의 피크 스크래치와 파워 코드 연주 그리고 결정적으로 뒷부분에 나오는 슬라이드 기타 사운드는 정말 매끈하게 잘 빠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