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 들국화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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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2집을 들을 때마다 나는 좀 측은하다. 이 뛰어난 앨범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한 이유 중에는, 다름 아니라 1집이 드리운 짙은 그늘때문에 상대적으로 과소평가 받는 부분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1집은 뭐랄까, 그런 느낌이다. 레벨이 다른, 격이 아예 다른, 당대에 나올 수 없는 앨범. 그 당시에도 지금에도... 하지만 1집은 나왔고 그 음악을 들으며 자란 후배들은 영향을 준 뮤지션을 꼽는데 '들국화'를 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1집에 열광했던 이들이 2집에서 실망을 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봐야 한다. 역설적으로 2집은 새로운 팬층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론 우리가 지금 알다시피 2집은 기존의 팬에게도, 새로운 청자들에게도 모두 버림받은 앨범이 되어 버렸다.

1집의 충격을 기대했던 이들은 2집의 소품 위주의 곡들에서 실망을 했을 터이고, 2집을 처음 듣는 이들은 이 정도의 음악마저 소화하기 버거웠을 터였다.

맞다. 2집은 강렬하지 않다. 하지만 들국화라는 걸출한 밴드가 아니라면 이런 음악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당대 최고의 음악적 성정을 지녔던 젊은이들이 만들어냈던 아름다운 하모니에는 2006년의 음악 향유자들에게도 널리 들려질 이유와 가치가 충분하다.

'내 맘대로 한국 대중 음악 싱글 200선'의 192번째 곡은 들국화의 쌍두마차 중에서 여리고 연약한 느낌을 지배했던 최성원의 작곡 작사에 그 자신이 보컬을 맡았던 한없이 아름다운 곡,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한다.


-'음악적 성정'이라는 멋진 표현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박준흠씨의 '이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이라는 책에서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한 가수와의 인터뷰 도중 그 가수가 들국화를 가리켜 '당대 최고의 음악적 성정을 지녔다'는 평가를 한 바 있는데 바로 거기서 얻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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