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말로 -너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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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선입견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다. 100을 가진 사람을 1만 보고서 가늠한 후 나머지 99 역시 그러하리라 예측하는 것,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하지 말자고 자꾸 되뇌어도 가끔은 이 편리한 딱지붙이기의 덫에 쉬 빠져 버리고 만다. 사실 음악을 듣는 과정은 이러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얼마나 위험하며 또한 비합리적인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이기도 한데 이것은 음악을 배경 장식의 용도로만 사용하는 사람들은 평생 가도 (음악을 통해서는) 느끼지 못할 교훈의 귀한 단초인 것이다.

말로.

이 여가수를 안 것은 몇년 전이었다. 딴지일보의 인터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른 내용은 기억이 전혀 안나고 오직 이 하나. 그녀의 이름이 말로, '정말로'라는 것이었다.

정말로.

웃겼다. '정말로'라는 이름도 웃겼지만 그보다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그후로 이 가수는 나에게 시시껍절한 가수로 기억되었다. -그렇다. 바로 이게 선입견이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판단인가. 음악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그 음악을 듣지 않고 이름으로 (여기선 물론 이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걸로 뭘 어떻게 해보려는 그 자세를 더 고깝게 본 것이지만 어쨌든) 근거를 삼다니 말이다.

그녀의 이번 앨범이 대단하다는 리뷰를 여기저기서 접할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낸 3집도 마찬가지로 많은 호평을 받았었는데 그때는 내가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선입견의 장벽이 그때까지만 해도 훨씬 짙게 쳐져 있었나 보다.

사족이지만 이 얘기도 해야 겠다. 얼마전 시사 싸이트에서 좋은 문구를 하나 봤는데 대충 이런 문장이었다. '운전을 하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를 마주 보며 달리고 있다면 그 사람들을 향해 삿대질을 할 게 아니라 내가 지금 혹시 역주행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라'는 얘기였다. 좋은 말이었고, 가슴에 새겨 둘만 했다. 음악 듣기에서도 마찬가지일 거 같다. 나보다 앞서 좋은 음악을 많이 들었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좋다고 얘기하는 음악에는 일단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한 수 접고 들어가는 편이 좋다. 괜히 자존심 세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뭐 암튼 여기저기 좋다는 얘기가 많아서 며칠 전 구입해서 들어봤는데 가히 2007년 베스트의 목록에 오를만하다. 말로의 좋은 작곡 능력과 목소리, 여기에 덧붙여 무엇보다 세션진의 충실한 연주는 이 앨범의 가치를 드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다. 뭐랄까, 편곡을 비롯해서 모든 파트의 연주가 가히 한국 대중음악의 최전선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다시 또 그중에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모그(Mowg)의 베이스연주는 정말 말 그대로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는' 고품격을 드러내고 있는데 정말 그 소리의 아름다움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소개하는 이 곡 '너에게로 간다'는 이 앨범에서 베스트 트랙이라 하기 어렵고, 또 앨범 전체의 기조에서 약간 벗어난 곡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대중의 귀에 가장 쉽게 안착할만한 곡이라는 점에 집중하여 이 리스트에 조심스레 올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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