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이정 -내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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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의로 있는 동안 평생 볼 티비를 미리 다 보고 나왔는데 그때 얻은 수확 중의 하나는 이정과 같은, 간단히 말해 내가 좀체 눈길 주지 않을 가수의 음악을 접하게 되고 그 나름의 맛을 알게 된 것과 같은 것들이다. 어느날 채널을 돌리다 귀를 잡아 끄는 음색에 반응하여 쭉 지켜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내 귀에 걸려든 가수 중에는 '사랑하기는 했었나요'를 부른 '리사'도 있다. 

타이틀 곡이었던 '다신' 역시 좋은 곡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곡인 이 곡, '내일 해'가 더 인상적이다. '다신'에서 받았던 인상은 '노래 잘하는 가수가 오랜만에 나왔구나!'하는 것이었는데 빠른 노래에서뿐만 아니라 이런 발라드에서도 목의 컨트롤을 훌륭하게 해내는 걸 보고는 그만 뿅가고 만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신인급 남자 가수 중에서 굳이 나누자면 발라드는 이승기, 댄스는 이정, 이 둘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발라드에는 성시경이라는 강자가 있지만 성시경에게는 이승기 같은 호소력이 덜하다. -몇마디 덧붙이자면 성시경은 노래를 너무 편하게 부른다. (또는 너무 편한 노래만 부른다고 해도 되겠다.) 이말은 양날의 검이다. 난 미국 시장에 나가서 통할 만한  한국 가수로 언제나 성시경을 꼽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소프트 팝이나 스탠다드 재즈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모나 외국어 구사 능력까지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이 장르는 태생적으로 '배경음악'이다. 편하게 들리는 그의 노래는 늘상 딱 그 편한 지점에서 머무르고 만다. 성시경은 외국에 나가건 안 나가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사족이 길었다. '내일 해'는 가사가 쉬우면서도 간절한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이별을 직감하고 있는 화자가, 오늘은 너와 함께 하는 마지막 내 생일니 제발 헤어지자는 얘기만큼은 내일 해달라는 내용인데 나로서는 이런 경험이 없지만서도 정말 이런 경우를 당하고 보면 참 난감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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