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육각수 밴드 -흥보가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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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국악적 요소', '한국적 음율'이 들어간 대중음악에 점수를 후히 주는 것에 난 항상 비판적인 입장인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예 국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오거나 또는 그것의 일부를 취해 대중가요에 녹아내는 것이라면 당연히 그 '녹아냄'의 완성도를 우선 평가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없이 국악적 요소의 차용만을 두고 무턱대고 점수를 더 주는 일은 일종의 한민족적 삽질이다. 

95년 재수하던 시절, '육각수'라는 이름의 듀오가 같은 노래로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먹었는데 그때도 이 노래가 좋았다. 이런 노래는 이전에 들을 수 없었다. 6, 70년대에 큰 히트를 쳤던 김세레나의 '새타령'류의 신민요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출발한 노래라 할 수 있으나 이들은 동시대의 감성을 놓치는 복고적인 음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따라서 나에게 긴장을 전해주지 못했다. -여기서 '긴장'이라 함은 그렇다면 부드럽고 조용한 이른바 '쉬운' 음악에서는 근본적으로 느끼기 힘든 것인가? 그렇지 않다. 간단하게 양희은과 김민기 등을 떠올려보자.

판소리를 차용한 아이디어도 좋았고, 그것을 겉핥기 식으로 구색 맞추 듯 쓰지 않고 '아이고 성님, 동상 나가라고 허니' 같은 부분에서 보이듯 원문의 맛을 제대로 살리면서 옛스러우면서도 흥겨운 느낌을 훌륭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들이 가요제에서 수상을 한 후 두 명의 멤버 중 한 명만 남아 기타, 베이스, 드럼을 보강하여 '육각수 밴드'라는 이름으로 이 곡을 리메이크했는데 원곡보다 훨씬 좋다. 이 곡에서 기타 사운드와 리듬 파트는 한국적인 느낌을 살리려고 애쓴 흔적은 보이지 않지만 6, 70년대 미국의 정통적인 하드락 필의 연주를 충실히 재현함으로써 오히려 한국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키보드 사운드에 주로 기대고 있던 원곡에 비해 해금과 향피리, 꽹과리 등이 보강되어 힘차며 맛깔난 플레이를 들려주고 있는 이 리메이크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self-remake'의 형태로서는 가장 뛰어난 축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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