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김민기 -날개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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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의 '친구'에 이어 김민기의 음악을 한곡 더 올리게 되었다. 사연은 대략 이러하다. 며칠 전부터 지인 한명이 자기가 표를 살테니 꼭 좀 같이 봐줬으면 하고 하도 졸라대 김민기의 노래극 '개똥이'를 조금 전에 막 보고 들어오는 길이다. 그리고 이 곡, '날개만 있다면'은 극 '개똥이'중에서 흐르는 곡이고 말이다.

그 지인은 꼭 좀 같이 봐달라고 조르던 것과는 달리 극이 끝나자마자 '공연 보여줬으니 밥 사내'라는 말을 뻔뻔하게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다소간 어이가 없었으면서도 교양인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그의 간청을 들어주고 말았다.  

난 연극이나 뮤지컬, 오페라 아니 사실은 음악 듣는 양에 비해 라이브 공연이란 것 자체를 거의 본 일이 없는데 아무튼 볼 때마다 신기하고 재밌고 또 감동도 적잖이 받고 돌아오는 걸 보면 라이브라는 건 확실히 음반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는게 분명한가 보다. 오늘 본 '개똥이'도 전반적으로 만족할만한 공연이었고 특히 출연자들의 열창과 좋은 연기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노래극 '개똥이'에서 개똥이는 원래 반딧불이인데 그 타고난 빛 때문에 공동체의 파괴자인 바퀴벌레들의 천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퀴벌레의 공격으로 가족과 친구들을 잃고서 어쩔 수 없이 신분을 숨긴채 개똥벌레(?)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워낙 어릴때부터 그런 위장을 당해온 터라 개똥이 자신도 자기가 원래 반딧불이임을 알지 못하고, 그 비밀은 개똥이의 반짝이는 불빛을 옷으로 가려 감춰준 동네의 다른 곤충 어른들만 알 뿐이다.

그래서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개똥이가 -날개가 아직 보이지 않는 개똥이에게는 아직 자기 존재에 대한 자의식이 없다- 자기에게도 날개가 있다면 '시냇물을 건너 푸른 들판 지나 / 날개만 있다면 가보고 싶어 / 잣나무 수풀 저 산 너머로 // 시냇물을 건너 햇님 계신 곳까지 / 날개만 있다면 가보고 싶어 / 넓고 높고 또 먼 저 곳에 / 넓고 높고 또 먼 저 곳에'라고 노래부르는 것이다.

예전에 뮤지컬 '캣츠'를 보면서 히트곡이라는 것의 파워를 실감한 적이 있는데 딴 노래 다 몰라도 중간에 'memory'가 나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귀에 익은 곡이 주는 그 친밀감!

마찬가지로 키보드 전주와 함께 '저 산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로 시작하는 이 노래가 흐를때 내 팔뚝에 내려앉던 닭살들. 음반으로만 들어 흠모하던 노래를 직접 듣게 되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나에게는 가사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메모리'보다는 이 노래가 훨씬 의미있게 다가왔고 사실 곡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전혀 꿀릴게 없는 명곡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극적인 연출이라는 측면에서 이 노래를 좀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지는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약간 남았다.

이 노래극을 담은 엘피가 정식 출반된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 여부는 모르겠고, 아무튼 지금 이 노래를 들으려면 김민기가 90년대 중반에 낸 다시 부르기 형식의 4장짜리 시리즈 중에서 '김민기 4'를 구입하면 된다. 현재 이 앨범들은 구하기 쉽지 않은 상태인데 정 들어야 겠다는 사람들은 가격이 만만치 않은 박스셑, 'Past Life OF Kim Min'Gi'를 구입하면 되겠다.

물론 11월 19일까지 대학로 학전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의 직접 관람을 최우선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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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오는 보컬은 김민기가 아니라 이름이 기억 안나는 어떤 꼬마의 것이다. 김민기 4와 박스셑에는 모두 이 아이의 버전이 실려 있다. (김민기의 목소리는 중간 이후 '오르고 싶어~'에서부터 낮은 화음으로 나온다.)

-박스셑은 김민기의 다시 부르기 앨범 네 장과 전에 소개한 '친구'가 실린 김민기의 유일한 솔로 앨범, 그리고 노래극 '연이의 일기'에 실린 노래들을 모은 앨범 한장, 이렇게 총 여섯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은 대략 9만 5천원 정도.

-이 노래가 담긴 엘피를 구했는데 '개똥이'만 실려 있는게 아니라 김민기의 다른 노래극 여럿과 함께 하일라이트만 담긴 것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앨범 정보 -  http://www.maniadb.com/album.asp?a=120691#T8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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