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te E Miele 내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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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재작년 우리나라에는 전 국민의 99.99%가 모르는, 하지만 나머지 0.01%는 미쳐 환장하는 두 이태리 그룹이 다녀간 바 있다.
 
재작년에는 Premiata Forneria Marconi (약칭 PFM)이, 그리고 작년엔 그 이름도 거룩한 New Trolls께서 노구를 이끌고 와 LG 아트센터에 모인 1000여 명의 관객들을 뒤집어 놓은 것이었다.
 
이 PFM과 뉴 트롤스는 이태리 프로그레시브의 역사를 되짚어 볼 때 그 역사책에서 가장 굵은 글씨로 기록될 그룹들 중 하나인데 올 해 드디어 Latte E Miele(라떼 에 미엘레, 젖과 꿀)가 내한 공연을 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그 역사책의 주요 왕조들을 모두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9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뒤늦게 프로그레시브의 바람이 불던 때가 잠깐 있었다. 시완 레코드의 창립자인 성시완씨가 주도한 이 바람의 최전선에서 라떼 에 미엘레의 1집은 그때까지 굳게 아성을 지켜오던 핑크 플로이드와 제네니스, 킹 크림슨 등을 밀어내고서 '그런 것만 프로그레시브니? 어디 이런 것도 한번 들어봐!' 하는 중이었고 국내에 있던 진지한 리스너 중 약 2만 명은 앨범을 직접 구입함으로서 그 부름에 기꺼이 응답하였다. -이 2만장 판매 기록은 국내 프로그레시브 시장에서 아직까지 전설로 남아있다. (누차 말하지만 김건모의 단일 앨범 200만 장 판매 이런건 정말 정말 끔찍하리만치 대단한 사건인 것이다.)

하지만 화려했던 시절은 이제 다 흘러간 지 오래고, 지금은 우리나라 레이블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CD 初발매를 해도 300장을 팔아채우기가 어려운 시절이다. (이 말은 외국 레이블 것으로 수입을 하면 2만 5천원을 호가할 앨범이 만 5천원 정도에 나와도 채 몇백명이 안 산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10월에 열리는 라떼 에 미엘레의 공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갈지도 불확실하다. 음반 판매의 추이로만 보자면 객석의 반은 비어야 맞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음악을 손에서 내려 놓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젊은 시절을 지배하고 매혹했던 음악이 자기 눈앞에서 현실로 펼쳐지는 것까지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이 거장들이 전하는 예수의 수난곡(Passio Secundum Mattheum)이 과연 지난 40여 년의 세월을 뚫고 어떻게 재현되는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봐야 겠다. 1972년에 만들어진 앨범을 1995년에 처음 들었고, 2008년이 되니 비로소 라이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스무살이 떠오르고 하는게 기분이 영 삼삼하다.


-두 곡을 올린다. 프로그레시브 락은 앨범 전체가 하나의 컨셉을 다룬 것이 많은데 이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개별의 곡을 떨어뜨려 듣는 것은 그리 권할 만한 감상법이 아니나 여기에 곡을 다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다 올린다 한들 다 들을 이도 없고 또 다 듣는 이가 한둘 있다 한들 이런 블로그를 통해 앨범의 감동을 느낄 가능성은 극히 낮은 바 이 앨범에서 가장 말랑말랑한 두 곡을 골라 올리기로 한다. 둘 다 2분이 안되는 짧은 곡들이니 좀 거북해도 꾹 참고 들어봤으면 좋겠다.



-2008.10.8에 덧붙이는 글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다. 

하울링(아마 하울링이라기 보다는 다른 악기의 공명음이 하이햇이나 스네어를 울려서 난 잡음이라고 생각되는데)이 거북할 정도로 들렸던 점, 70년대 초반의 앳된 목소리가 더 이상 재현되기 힘들다는 것을 확인한 점 등은 이번 공연의 아픈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는 20년 전의 아름다웠던 한 때(라떼 에 미엘레가 처음 소개된 때)로 돌아가 '게쎄마니'의 웅장한 코러스와 '리마니 넬라 미아 비따'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추억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으로 그들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추신) 공연 사진을 앵콜 중에 몇 장 찍을 수 있었는데 공연 끝난 후 주최측의 삭제 요청때문에 부득이 삭제하게 되었다. 어리버리한 성격때문에 대차게 대들지 못하고 -예를 들어 관련 법규 제시를 요구한다거나 사전 공지가 있었는지 확인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결국 포맷을 해버리고 말았다.

공연 중에 사진을 찍는 행위가 금지되는 이유는 보통 다른 관람객과 연주인에 대해 방해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허나 이제껏 이런저런 공연을 다녀보면 이런 룰은 본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앵콜 중에는), 특히 모두 일어서는 분위기가 되고 난 이후에는 느슨하게 적용되는 추세였다.

또는 공연 무대에 어떤 특별한 장치가 있어서 그런 정보에 대한 노출을 막느라 그런 거였다면 (서로간에 불편하겠지만) 사진을 확인해 보고 정보들이 드러나지 않은 것들의 경우 가급적 살려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꽉꽉 닫아서 뭘 어쩌자는 건지 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물론 이런 폐쇄적인 태도는 길게 봐서 공연 기획사와 공연장 측에도 결코 좋지 못하다. 뭐라도 좀 남겨서 이런 데 글도 쓰고 그래야 그거 보고 나중에 비슷한 공연이 있을때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을 거 아닌가 말이다.
 
15년을 기다린 공연이었는데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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