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년 -강(江) -리뷰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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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이 앨범에 딸린 제작사 홍보글이다.

우리나라 최고 송라이터들의 미래 지향적인 오롯한 20세기의 정서들...

듀오 ‘20세기 소년’의 작품성이 도드라진, 21세기 가요 앨범의 걸작!!

듀엣 “20세기 소년”은 가수 ‘성시경’의 노래 가운데, 팬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 받는 ‘좋을텐데’와 ‘두사람’ 의 작/편곡자로, 이미 실력을 검증 받은 ‘윤영준’과 ‘사랑이란 건’으로 히트를 기록(앨범 20만장 판매)한 밴드 ‘색종이’의 멤버였던 ‘정유석’이 의기투합해, 만든 2인조 밴드이다.

‘20세기 소년’은 음악적으로 훌륭한 작품(가요/팝)들이 많이 발표 되었던, 20세기에 대한 그리움(로망)과 미련(未練)을 자신들만의 색깔 있는 음악성으로 표현하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밴드와 작품의 구상이 시작된다. 이들은 작곡, 작사, 편곡, 연주, 가창 심지어 레코딩과 믹싱에 이르기까지의 내공은 상상 이상이다. 우리나라 가요의 미래, 뮤지션과 엔지니어들의 미래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바로 우리가 찾던 희망을 노래하는 밴드인 것이다!

밴드 이름 “20세기 소년”은 동명의 인기 만화에서도 그렇듯, ‘마크 볼란’이 이끌었던 밴드 ‘T-Rex’의 노래 '20th Century Boy'에서 차용했다. 앞서 언급한 20세기에 대한 아련한 로망과 20세기를 대표하는 명곡과의 결합이다.

이번 앨범의 음악적 구성에서도 드러나듯이, 이들의 천재성을 경험하게 되는데, 솔직히 대중들과 타협하는 면모(面貌)도 갖추었다는 것이다. MBC TV 예능 프로그램 ‘일밤’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앤디/솔비 커플편의, 반지 꽃다발을 주는 감동적인 장면에 삽입곡으로 사용된, 타이틀 곡 ‘언제나 둘이서’는 편한 비트와 귀에 속 들어오는 사랑스런 가사를 가진, 아름다운 트랙이다. 맛깔 나는 프로그래밍으로 중독성을 갖게 만드는 세련된 모던 록 작품인 ‘Hello, my friend’, 그리고 ‘로망’, ‘구해줘’도 밝은 분위기와 멜로디 라인이 훌륭한, 모던 록적인 미디엄 템포의 트랙들이며, ‘사랑노래’ 역시 ‘언제나 둘이서’와 같은 스타일의 멋진 이지리스닝 트랙이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장착(裝着)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노래 ‘그래도 우리의 날들’, 이어서 ‘강(江)’과 ‘느림보’는 가슴을 저미는 처연한 현악(絃樂) 발라드로 중무장된 작품들이고, 애절한 트립합의 분위기가 녹아있는 ‘노보케인’, 70년대의 그루브감의 들썩함이 느껴지는 ‘Sing’, 심지어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인트로 트랙인 ‘Make a wish’ 같은 인스트루멘틀 소품들까지… 역시, 본 작품은 ‘20세기 소년’들의 고유의 색깔이 채색 되어 진, 정성스런 작업의 열매들로 앨범을 가득 채우고 있다.

*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미래의 희망을 노래하는 트랙들!!

이번에 발표되는 “20세기 소년”의 셀프 타이틀 [20th Century Boy] 앨범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된, 장르적 카테고리의 해소(解消)와 자본으로 상쇄할 수 없는 음악적 능력을 마음껏 발휘한 결정체이다. 곧 대중들에게 사랑 받을 만한 요소(要素)가 많이 포진(布陣) 되었다고 해석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20세기 소년’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반드시, 즐거운 비명이 될 것이다!



난 되도록 악평은 쓰지 않는다. 듣고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던 앨범이 있을 땐 그냥 안쓰면 되지 굳이 비평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어떤 앨범을 권할 때보다는 '이 앨범 피하라!'는 글을 쓸 때 당연히 좀 더 조심스러워 지는 측면도 있고 해서 말이다. 아무리 객관을 견지하려해도 결국 글을 쓰게 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나만의 느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쓰여진 몇 줄의 리뷰가 해당 앨범에 대한 부당한 영업방해가 된다면 이건 분명 조심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나름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악평을 남길 때가 있다. 하나는 그쪽에서 먼저 부당한 영업을 시도하려고 할 때이고 둘째는 꼭 영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당하게 큰 거품을 만들려는 꾸준한 노력이 보일 때이다. 난 '합당한 몫만 챙겨가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뒤의 경우는 좀 애교스럽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거다. 향뮤직 같은 싸이트는 회원들의 별점주기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거길 가보면 어떨 때는 정말 가관이다. 별 다섯개를 줘놓고 글을 보면 '오빠들 짱 멋져요', '항상 지켜보고 있습니다'와 같은 개인적인 응원 멘트를 쓰는 사람도 많고, '라이브때 잘 하던데 앨범은 어떨지 기대되요', '지난 앨범에 비해 얼마나 더 발전했을지 생각만해도 흐뭇...'과 같이 아직 그 앨범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미리 별점 다섯개를 주는 사람들도 많다. 이게 정상적인가? 앨범을 다 들어보고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며 별점을 주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이런건 팬들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이 잘 팔리는 마음에서 좀 오바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것도 과도하면 별점 제도에 대한 불신을 낳기 마련이다. 어떤 앨범 클릭했더니 거기 별 다섯개가 딱 박혀있으면 이미 인상이 '좋게'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 보고 산 사람이 막상 들었을 때 안 좋으면?

그래서 그런 앨범들이 보이면 평균 별점을 낮추기 위해 난 가차없이 별 한 개만 날리고 온다. '앨범 들어보고 별점 줍시다'하는 멘트와 함께.

이건 그렇고, 첫번째 경우 -제작사의 부당한 영업- 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홍보 문구의 '구라'가 하겠다. 앨범 속지를 부실하게 쓰는 건 이미 구입 후의 행위이므로 왈가왈부할 수 없다 하더라도 앨범 홍보 문구가 오바로 점철된 과장광고라면 이건 분명히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평론가에 적절한 위상을 부여한다. '그래도 나보다 많이 들은 사람이 쓴 글이니 맞는 얘기겠지...'하는 자세로 일단 몇 점 주고 시작한 다는 거다. 그런만큼 평론가는 최소한의 수준을 담보해줘야 한다.

그런데 윗 글을 보라. 일단 오문이 너무 많다. 정말 너무 많다. 이해하려고 애를 써야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로 전체가 범벅이다.    

'우리나라 최고 송라이터들의 미래 지향적인 오롯한 20세기의 정서들' 이게 무슨 말인가? '미래 지향적인'과 '오롯한'이라는 형용사 두 개가 연달아 나오면서 이미 글이 이상해졌는데 거기다 대고 또 미래 지향적인데 21세기도 아니고 20세기의 정서가 오롯하다니? 그게 아니라 미래지향성이 오롯한데 의외로 20세기의 정서를 잘 반영했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역시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 문장을 어떻게 이해하든지간에 이후 이어지는 글 어디에도 이들의 음반 어떤 측면이 '미래지향적'이며 또 '20세기의 정서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완전히 무의미한 문장으로 글을 시작한 셈이다.  

다음 문장은 어떠한가. '듀오 ‘20세기 소년’의 작품성이 도드라진, 21세기 가요 앨범의 걸작!!' 이건 뭐랄까, 초등학생 수준의 작문이다. 어떤 대상을 꾸미려 할 때 그냥 생각나는 대로 꾸미는 거다. '걸작'이면 작품성이 도드라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베네주엘라의 최고 미모를 지닌, 2008년 미스 베네주엘라', 이런 문장이랑 같은 거다. 그리고 평론가는 '작품성이 도드라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게 왜 작품성이 도드라지는지에 대해 말해야 하는 사람 아니던가.

다음, '듀엣 “20세기 소년”은 가수 ‘성시경’의 노래 가운데, 팬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 받는 ‘좋을텐데’와 ‘두사람’ 의 작/편곡자로, 이미 실력을 검증 받은 ‘윤영준’과 ‘사랑이란 건’으로 히트를 기록(앨범 20만장 판매)한 밴드 ‘색종이’의 멤버였던 ‘정유석’이 의기투합해, 만든 2인조 밴드이다.' 부분.

성시경의 노래 가운데 '좋을텐데'와 '두사람'이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다는 건 어디서 확인한 내용일까? 그냥 '가장' 이라는 두글자만 뺐어도 무난했을 것을 왜 이렇게까지 오바해서 쓴 것일까? (난 이 리뷰를 쓴 사람이 자기 글에 일종의 권위 같은 것을 부여하려고 '최고'와 같은 단어를 남발하는 오류를 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뒤의 '히트를 기록(20만 장 판매)' 이 부분은 그냥 낯간지러웠다는 멘트 정도로 지나간다.

이 뒤에도 지적하고 싶은 오문과 거의 허구에 가까운 과장들이 많이 있다.

'믹싱에 이르기까지의 내공은 상상 이상이다. 우리나라 가요의 미래, 뮤지션과 엔지니어들의 미래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무슨 리뷰에 '내공이 상상 이상'과 같은 밑도 끝도 없는 표현이 나오나.

'이들의 천재성을 경험하게 되는데, 솔직히 대중들과 타협하는 면모(面貌)도 갖추었다는 것이다.' -이건 그냥 오문이다. -_-

'장르적 카테고리의 해소(解消)와 자본으로 상쇄할 수 없는 음악적 능력을 마음껏 발휘한 결정체' -장르적 카테고리의 해소라는 건 무슨 말일까? 장르(의 한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는 뜻인 것 같다. 글을 굳이 어렵게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 자본으로 상쇄할 수 없는 음악적 능력이라는 것은? 아마 자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현 가요계에서 그것을 음악성만으로 극복하는 능력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상쇄'라는 말은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상쇄는 뭐랑 뭐가 서로 퉁치는 거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20세기 소년’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반드시, 즐거운 비명이 될 것이다!' 부분. 어색하기 그지없다. 영어 문장을 번역해 놔도 이렇게는 안된다.
 
리뷰나 평론이 다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는 그 대상이 된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경지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 일반적인 수준이라면 평범한 시선과 평범한 감성으로 그 작품의 품에 맞는 정도의 대접을 해주는 것일 테고 말이다. 대부분의 평론은 이 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리뷰가 작품의 가치를 깎아먹는 지경이 되서는 안될 것이다.

작품에 걸맞는 리뷰에서 구매자들의 신용이 쌓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리뷰를 보다보면 아직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과장이 있냐 없냐를 논하기 이전에 적절한 언어 구사 능력을 갖추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 음반에 대한 나의 생각은 어떤가. 20세기 소년의 음악은 결코 뛰어나지도, 걸작이라 할만하지도 않지만 충분히 구입해서 들어볼만한 음반이다. 평작 이상 이라할만 하고 또 개인에 따라서는 매력을 발견한 여지도 다분하다. (실제로 별점평을 보면 목소리 자체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더러 있다.) 지금 흐르는 '강' 같은 노래 참 좋지 않은가.





-앞으론 이런 글 쓰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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