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인기를 얻은 대중음악이 (외적으로)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이다. 구성원 일반으로 하여금 집단적 기억을 공유하게끔 하는 힘... 완성도 측면에서 그리 볼품 없는 지난 시절의 히트곡을 십수년이 지난 후 우연히 듣게되었을 때 가장 처음 드는 감정이 '반가움'이라는 사실은, 음악의 완성도에 집착하여 대중적인 히트곡들을 경멸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정 부분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이다.
-훗날 '세월이 가면'을 불러 큰 인기를 얻은 최호섭이 바로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거의 '웅변톤'이라고 해도 좋을 이 기가 막힌 목소리는 80년대만 해도 이른바 씩씩한 어린이들에게 응당 요구되는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이런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없다. 또 마침 요즘의 아이들은 '큰 소리로 외칩니다~~'의 웅변 학원 대신 조곤조곤 분석하고 따지는 논술 학원을 다니고 있으니 더더욱 이런 목소리는 찾아 보기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흔히 감정의 과잉으로 빠지곤 하던 웅변보다는 아무래도 합리의 틀을 따르는 논리 훈련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제 최호섭 어린이는 그만 쉬도록 놓아 두자. (그래도 이런 목소리가 맥이 끊기면 안되는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