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김민기 -이 세상 어딘가에(송창식/조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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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원래 1978년에 비합법 음반으로 세상에 나왔던 노래극 '공장의 불빛'의 테잎에 마지막 곡으로 실려있던 노래다.

위의 두줄짜리 진술은 간단하다. 하지만 실제 작업은 김민기 본인의 인터뷰에 의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과 위기감 속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것이었다. 우리는 어쨌든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김민기가 군 제대 후 각종 공장과 농촌을 떠돌때 겼었던 노동 현장의 참혹함을 고발하고, 노동조합 결성의 당위를 설파하는 이 문제작은, 애초 구상 단계때부터 합법의 틀이라든가 주류 가요 시장으로의 안착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따라서 김민기는 이전부터 하고 싶어했던 음악적 실험들을 아무런 제약 없이 풀어낼 수 있었고 그런 이유로 이 앨범은 한국 가요사에서 가장 실험성이 투철한 앨범 중의 하나로 기억될만한 씨앗을 이미 지니고 있었던 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 메세지에 공감하건 안하건 간에 우리는 여기서, 기술적으로는 가장 열악한 환경으로부터 가장 혁신적인 실험이 모색되었다는 점을 지나는 길에 꼭 기억해 두는 것이 좋겠다. 

그 앨범의 제일 마지막에서 두 남녀의 목소리에 실려 전해지는 이 아름다운 노래를 2007년의 우리는 세개의 판본으로 들어볼 수 있다. 하나는 지금 위에 커버가 링크된 한겨레신문사에서 기획한 '겨레의 노래' 버전이다. 한겨레신문사와 김민기가 힘을 합쳐 예전부터 내려오던 구전가요라든가 1980년대 후반 이후 이제 막 서서히 합법의 틀로 올라오던 운동가요의 뛰어난 성과 등등을 하나로 모아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인데 이 앨범에 송창식, 조경옥의 가창으로 이 노래가 실려있다. 난 세 개의 판본 중 이 버전을 권한다.

또 하나는 2004년에 열악한 복사 테잎으로부터 리마스터한 78년 제작 당시의 원전,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같은 해에 정재일이 주도하여 이승렬 등이 참여하여 만든 일종의 리메이크 앨범이다. (두 앨범은 패키지로 나왔다) 난 아직 원전 리마스터는 못 들어본 상태인데 아마 음질이 너무 열악할 거 같고, 정재일 주도의 리메이크는 그냥 좀 어색한 느낌이 든다. 겨레의 노래 앨범에서 송창식이 전해주던 그 품넓은 넉넉함에 너무 젖어 있는 탓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좀 든다만.

'겨레의 노래' 앨범은 90년인가에 찍어내고 그 이후로 한번도 다시 찍어내질 않아서 한 동안 구하기 어려운 앨범이었는데 작년에 씨디로 복각 재발매되어 지금은 구하기가 수월하다. 민중가요라는 편협한 틀로 묶을 수 없을 뿐더러 실제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아주 여러가지여서 음악과 삶에 진지한 사람들은 구입을 해봐도 좋을 거 같다.

-이 앨범에는 전에 소개한 바 있는 전인권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도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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