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신윤철 -그 시절 그 빛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윤철이 90년대 초반에 냈던 앨범. 이미 판으로 가지고 있는데 올해 씨디로 재발매가 되어 턴테이블도 고장나서 판이 무용지물이 된 터라 겸사겸사 김규항씨 책 주문하면서 같이 구입하게 됐다.

모든 음악들이 소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시대를 빛내는 음악이라는 게 확실히 있기는 있다. 낭중지추라는 말이 정확히 지적하듯 어쩔수 없이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는 음악들말이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것은 그 음악들의 존재가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잊혀지는 것도 아니고 아예 입력조차 되지 않는다는 거다. '저주받은 걸작' 따위의 수식어는 이제 지겹다. 왜 우리는 축복받은 걸작을 가져보지 못하는 걸까. -그런 점에서 서태지는 분명 행복한 음악인임에 틀림없다.

신윤철을 소개함에 있어 '신중현의 아들, 신대철의 동생'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은 그 두명의 존재가 한국 대중음악의 듬직한 버팀목이라는 점에서 그에게도 자랑스러운 것이겠지만, 누군가의 존재를 그와 엮여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드러내는 것은 그의 가슴 한켠을 아리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대접은 신윤철에게, 특히 이 앨범에 무례일 따름이리라. 여기에서 보이는 독특한 음악세계는 90년대 초반 당시의 신윤철을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지금 들리는 음악은 이 앨범의 세번째 곡, '그 시절 그 빛깔'인데 이른바 '가요'스러우면서도 어떤 독특한 향취가 느껴지지 않는가.

송홍섭, 정원영, 황수권, 신석철(신윤철의 동생), 김민기, 장필순, 조규만, 류금덕 등 한국 대중음악계의 세션 명인들이 자기 위치에서 자기가 내야할 소리를 지나침없이 들려주고 있다. 좋은 앨범은 당연히 좋은 조력자들의 지원 속에 태어나는 법이다.

여러 밴드를 거쳐 지금은 '서울전자음악단'이라는 트리오 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제 그 음악을 들어봐야 겠다.

-이 앨범에 내가 전적으로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신윤철의 보컬은 몇몇 곡에서는 위악적이다 싶을 정도로 형편없다.



연이어 흐르는 노래는 앨범의 1번 트랙, '컴퓨터 세상'이다. 역시 좋지 아니한가.
And